어쩌다 보니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 되고 D + 30
와우. 어느덧 백수가 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백수지만 마냥 한가하지는 않은 나날들. 아마도 결혼준비도 해야 했고 독립서적 출간에 따른 일들도 있었기에 그런 것 같다. 결혼준비의 경우 드레스투어도 하고 청첩장도 주문하는 등 여러 가지 준비를 진행했다. 처음 출간한 독립서적에 대한 텀블벅 펀딩도 마감되어 후원해 주신 분들께 (거의 지인분들인건 안 비밀!) 하나하나 보내드리고, 입고요청도 차근차근 해나갔다. 또, 사실은 지원한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보기도 했다.
아무도 모르는 나의 대표적인 징크스는 바로 구직활동에 대한 것인데, 그것은 바로 인터뷰를 볼 때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신입 때 처음 입사준비를 하면서 생긴 징크스로, 왠지 모르게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 그곳은 꼭 떨어졌고 눈치를 채도 나에게 티를 내지 않는다면 그곳은 합격을 했다. 그 이후부터 인터뷰를 보러 다닐 때 나는 누구에게도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비록 무지하게 티가 나더라도.
이렇게 나름 여러 가지를 하며 백수 생활을 하다 보니 6월이 지나고 7월이 되었다. 7월에도 중간중간 여러 가지 스케줄이 잡히기 시작한다. 청첩장이 나왔고, 앞서 보았던 인터뷰들의 다음 단계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 생각했던 "쉼"의 시간을 나는 즐기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구직활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마치 내일 당장 다시 일을 시작하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처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차분히 정말 내가 잘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인지를 보면서 조금 느리게 준비를 해도 되지 않을까.
이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막상 여행계획을 세우려고 하다 보니 미리 정해둔 계획들 덕분에 좀처럼 긴 시간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백수인데 어째서 갈 수 있는 여행기간이 일주일도 안된단 말인가?! 누굴 탓하겠는가. 앞뒤로 내가 미리 잡아 놓은 약속들 때문인 것을. 이래서 단호하게 퇴사를 하자마자 여행을 갔어야 했나 보다. 쉬는 것도 쉬어본 사람이 잘 쉰다고, 잘 쉬는 것에도 생각보다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