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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Sep 16. 2023

어쩌다 보니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 되고 D + 60

백수 2개월 차였던 7월의 나의 캘린더를 뒤돌아보니 정말 매주 빽빽한 스케줄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 새삼 눈에 띈다. 7월에 청첩장이 나오고 청첩장 모임을 계속해야 했으며 그 사이사이 조금의 인터뷰와 막바지 결혼준비가 이어졌다. 그리고 7월 말에는 예전부터 이미 예약되어 있었던 나의 친한 친구들과의 정선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매년 여름에 삼시 세끼(tvN의 그 삼시세끼 프로그램 맞다)에 나왔던 숙소(현재는 펜션으로 운영되는)에서 함께 계를 하는 친구들과 1박을 하는데, 우리의 여름 루틴으로 자리를 잡았다.


1년 만에 찾은 정선 옥순봉. 돌다리의 일부가 유실되어 작년과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우리는 가지고 간 튜브를 가지고 신나게 물놀이를 한 후 장을 봐온 음식들로 저녁을 먹었다. 작년에는 펜션 바닥에 까는 얇은 요가 전부였던 터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우리 셋은 아픈 허리를 붙잡고 일어났더랬다. 그래서 올해는 펜션 사장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리고 조금 보완(?)이 될 수 있는지 미리 여쭤보았다. 그리고 조금 더 푹신한 요로 보완해 주신 사장님! 덕분에 한결 편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 서울로 가기 위해 다시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 전 치앙마이를 다녀온 친구가 너무 좋았다고 하여 내년에는 정선 대신 치앙마이가 어떠냐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모두 찬성이었지만 결혼을 앞둔 나였기에 혹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내가 내년에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농담 섞인 걱정도 나왔다. 결혼준비를 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감은 크게 느끼지 않는 나였는데... 과연 내년에 나는 치앙마이를 갈 수 있을 것인가!


그러고 보니 7월 스케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 바로 청첩장 모임이었다. 약 9번의 청첩장 모임을 마치고 7월 말에 정선 여행을 떠난 나. (청첩장 모임은 8월에도 이어졌지만 말이다.) 그나마 지금은 일을 쉬고 있으니 평일에 되는 지인들은 평일 낮에 만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한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만약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면 이 청첩장 모임들을 모두 어떻게 소화했을까? 평일 저녁 혹은 주말로 모두 몰아야 했을 텐데, 새삼 열심히 근무하면서 결혼준비를 하는 모든 예비부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8월을 앞두고 있다. 백수가 된 직후인 6월에는 마음이 조급하고 얼른 다음 일을 구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는데, 막상 조금 쉬어보니 그런 마음이 조금 잦아들었다. 10년 넘게 일을 하면서 처음 갖는 휴식. '이 시기가 지나고 다시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아마 퇴직하기 전까지는 이런 시기가 오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이 순간들을 좀 더 활기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비록 결혼준비와 청첩장 모임 그리고 나름의 결혼을 위한 관리로 인하여 백수임에도 "왜 백수인데 바쁜 것이냐"라는 말을 듣는 나였지만, 이 시간을 나중에 뒤돌아 보았을 때 '그래도 알차게 잘 보냈네'라는 생각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음... 일단 생각만 하고 있는 '적당히 먼 곳으로의 여행'을 얼른 진행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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