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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Oct 29. 2023

어쩌다 보니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 되고 D + 120

퇴사를 하고 약 4개월 동안 나름 많은 일들이 있었다..기 보다는 많은 일들 속에 있으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예정된 이벤트(라 쓰고 결혼이라 읽는다)가 있기는 했지만. 나름 바쁜 4개월을 보내고 신혼여행 이후 정반대였던 시차가 조금 바로잡아지고 난 후에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제 너무나 많은 여유가 생겼다. 이제야 진정한 백수가 된 느낌이다.


9월 말까지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다른 느낌이 드는 건 두 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나는 방금 이야기했던 것처럼 폭풍 같은 여러 일들이 지나가고 난 뒤라서. 최근 몇 개월 정도는 회사를 가지 않아도 이것저것 할 일들이 많고 약속들도 많고 오히려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바쁜 것 같은 생활을 보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백수기간은 3~4개월이었고, 내 개인적인 소비도 이에 맞춰서 설정을 해 놓았었는데 이제 그 시간이 지나다 보니 본격적인 자금의 압박이 시작되었다는 것. 그러다 보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처음 백수가 되었을 때보다 훨씬 더 심적으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9월까지 보다 10월이 되니 지원할만한 포지션 공고도 현격히 줄어든 느낌이었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이직하는 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지원하는 회사들마다 다 합격을 할 수 없으니 떨어지는 것에 있어서는 큰 타격이 없는데 최근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아마 지원할 포지션 자체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한두 회사 정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더라도 원서를 쓸 회사가 더 이상 없다면 '이곳 아니면 나는 얼마나 더 쉬어야 할지 몰라'라는 생각에 조급하여 평소보다 더 큰 실망감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 차례 인터뷰에서 고배를 마시고 나니 모든 게 귀찮아졌다. 아니 무기력해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매일 지원서를 쓸 곳들이 나온다면 이력서라도 쓰고 있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할 일이 없었다. 이제는 책 마무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결혼식도 마쳤고 신혼여행에서도 돌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편도 마침 출장을 가고 혼자 덩그러니 집에 있자니 나도 모르게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이 늘었다. 그러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간이 하루 이틀 1개월 2개월 지나 공백기간이 길어지고 나중에 인터뷰를 보았을 때 "공백기간 동안 무엇을 하셨죠?"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그냥 쉬었어요" 할 수도 없을 노릇. 인터뷰에서 "독립서적을 출판했고 여행도 가고 결혼식도 했어요"라고 이야기해 보았자 플러스가 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렇게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내일 배움 카드' 발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나는 당당히 신청할 수 있는 무직자가 아닌가?! 바로 발급 사이트에 접속하여 내일 배움 카드를 신청했다. 카드 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 사이트를 오픈한 김에 어떠한 강좌들이 있는지 살짝 검색해 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업무 관련된 강좌들이 좋겠지?' 하며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엄청나게 많은 강좌들이 페이지를 채웠다. 이렇게나 할 것도 배울 것도 많은데, 무기력해져 있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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