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하비행 May 16. 2024

고객을 잃는 건 단 10초.

고객 획득만큼, 고객 CS에 투자하라.

1. 06년 중국 베이징. 지금 돌아보면, 당시 중국은 돈이라는 자본의 추진력으로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모든 것들이 변하던 시기였다. 한국 대기업의 핸드폰(당시는 피처폰 시대)을 하루 이틀 만에  완벽에(?) 가까운 카피 제품을 시장에 척척 내놓아 우리를 당황시켰다. -- 샤오미도 어쩌면 그들의 카피가 만들어 낸 1.5세대 단계 상품일 것이다.--



2.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중국의 3차 서비스 산업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아직도 생생한 기억인데, S전자 모 부장과 식사 자리에서 고급 식당임에도 서비스에 한참 문제가 있어, 컴플레인하려던 는데, 부장이 우리를 제지하면서 "그러지 마라. 이것도 배워서 금방 따라 올라. 그냥 모른 척 내 버려둬라."라고 반 농담처럼 말했던 것 같다.



3. 그리고 시간을 흘러 중국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의 선두 시장이 되었다. 택시, 배달, 결제, 금융, 여행 모든 라이프가 모바일에서 이루어지는 시장이다. 그만큼 CS의 역량은 놀랍게 발전했다. 



4. 다시 개인의 경험이다. Alibaba가 만든 허마시엔셩( 盒马鲜生 )이라는( 3Km 이내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 앱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배달시켰는데 여름이라는 날씨 탓인지 일부가 녹아서 도착했다. 다행히 App 내에서 제품의 배송 상태를 0 ~ 100%까지 만족도로 측정하는 기능이 있어 50%라고 표기했더니 10초 만에 환불 처리가 되었다. 멤버십으로 운영하는 탓에 확인 절차도 없었다. 



5. 한 번은 천진에서 있었던 일이다. Tencent의 우버 모델인 띠띠(滴滴出行)를 이용했는데, 기사가 불친절해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더니, 대기 없이 바로 연결이 되었다. 그리고 상황을 설명했더니, 직원의 정중한 사과와 함께 곧바로 해당 택시 기사에게는 경고와 함께 나에게는 쿠폰이 발송되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곧이어 자신을 매니저라고 소개한 이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와 정중한 사과를 받았다. 



6. 기억해 보면 이런 경험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행 app에서도 플랫폼 CS의 대응은 놀랍도록 정교하고 친절했다. 무엇보다 전화를 받는 이들이 1차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보였다. (**The Ritz-Carlton Empowerment Line 서비스를 떠올리게 했다.)



7. 2024년 거의 4년 만에 중국 주재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복귀해 이것저것 새롭게 설치하고 등록하고 이용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통신사, 금융회사, 보험사, 자동차,  배달앱, 병원 CS들과 마주해야 했었다. 그리고 또한 그때마다 느끼는 건 불편함과 그들의 무성의였다. 



8.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대부분 이런 멘트를 듣게 된다."지금 전화를 받는 사람은 누군가의 엄마, 아빠, 동생, 친구일 수 있다. " 즉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해달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9. 얼마 전  #해피포인트 직원에게 포인트 카드 사용의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자기는 모르겠단다. 계열사도 다르고, 다시 앱을 설치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통신사는 어떤가 가입 신청할 땐 일사천리인데, 상담 전화하면 대기는 1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문제가 해결되면 다행이다. 어제는 MBL Kids라는 회사에 배송 문제로 오후 5:55분에 전화했었다. 대기 시간 4분이라는 멘트를 믿고 5번이나 갱신 버튼을 누렀음에도 결국 마지막에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겨버렸다. 다시 전화했더니 오후 6시가 넘었다는 무심한 ARS 음성만 흘러나왔다.  결국 나는 퇴근 시간 5분 전에 전화 한 눈치 없는 갑질(?) 고객이 되고 만 것이다.  



10. 그들이 가족 같은 상담을 고객에게 바란다면, 그들 역시도 고객을  귀찮은 불만 많은 사람으로 여기기보다, 가족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건 일부분이다. 솔직히 한국 CS에 전화를 해 한 번도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없다. 대부분 자기에게는 권한이 없다. 계열사가 다르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는 권한과 책임 문제만 열심히 설명 듣게 하고선 고객 스스로 끊게 만드는 것(?)이 전부였다. 



11. CPA 가격이 보통 1만 원 ~ 5만 원 정도 한다. 고객 한 사람을 가입시키려면 그 정도의 비용 + 첫 구매 쿠폰 1만 원에 추가 할인 5% 정도는 줘야 한다. (#MBL_Kids 가 그랬다.) 그렇게 비용을 들이면 뭐 하나 싶다. 고객이 돌아 서는 건 단 10초 만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실행이 곧 답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