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행복한 과정
나는 예전부터 아이를 갖는 것은 항상 물음표였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보통의 책임감을 갖고 되는 일도 아니고 나의 삶의 중심이 자식으로 옮겨지면서 나 자신을 희생하기도 무서웠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자연스럽게 아이를 갖는 모습을 보고, 나 또한 남편과 결혼을 약속하며 아이를 갖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느껴졌다. 양가부모님이 우리가 결혼을 준비할 때 바라는 것 하나 없이 응원하여 주셨지만 손주 하나만큼은 꼭 원하시는 모습을 보며 빨리 아이를 품에 안겨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미국 생활이 조금 안정되고 내가 일을 쉬고 있는 지금 아이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아이를 계획하였다. 이전에는 임신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도, 난임이나 유산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지도 잘 알지 못했다. 임신이 되는 과정들을 찾아보며 아이를 갖는 것이 엄청난 확률로 이루어지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가 바로 우리에게 찾아왔고 임신을 확인한 그날은 아직도 잊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감동이었다. 내 몸 안에 하나의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하지만 즐거웠던 때도 잠시 나는 엄청난 입덧으로 고생해야 했다. 가슴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배가 조금씩 나오고 엉덩이에 살이 붙는 신체적인 변화들에 자괴감이 드는 것은 잠깐이었다. 매일같이 먹고 토하고의 반복이었다. 누워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속이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들을 채우기 위해 먹어야 했고 영양제도 억지로 삼켜야 했다. 감사한 마음은 잊은 채 매일매일 울며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하루들을 보냈다. 한국에 있었으면 엄마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니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입덧약을 먹고, 임신의 꽃이라는 중기가 찾아오면서 몸이 조금씩 호전이 되어 갔다. 그리고 신기하게 내게 모성애라는 것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무엇을 하기 전에 항상 뱃속의 아이를 먼저 생각하며 조심하게 된다. '모성애라는 것이 생기지 않으면 어떡할까, 나중에 아이가 속 썩이면 나는 현명하게 잘 대처할 수 있을까'하는 사소한 걱정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검진 때마다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고, 자기 전 태동을 느끼며 부부가 아니면 공유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추억도 힘든 임신을 극복할 만큼 엄청 소중하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감정들을 겪으며 나도 이제야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힘들지만 임신은 상상할 수 없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앞으로 5개월 정도 남은 시간 동안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 무사히 출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