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넌 성냥팔이 소녀

소녀의 겨울

by 황금 거북이

가진 것 없는 소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몇 가지가 있을까? 그 사람이 북조선에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아버지는 일하러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았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소녀가 있었다. 어머니는 함경남도 흥남시에는 성냥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공장 직원이었던 어머니가 북조선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려고 공장에서 나오는 성냥을 한 갑, 두 갑씩 모자에 넣어서 가져오다가 어느 날 걸리고 말았다. 공장의 재산은 국가의 재산과도 같은데 물건을 가져왔으니 반역자라는 누명을 씌운 것이다. 그동안 분실된 성냥 제품의 재산 피해를 모조리 어머니가 짊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어린 소녀를 두고 끌려가고 말았다. 이 소녀는 집안에 얼마 없는 물건들을 챙겼다. 그중에서도 추운 겨울을 나려고 가져온 성냥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래 못 산다. 이거라도 가져가면 도움이 될 수 있겠지.’

소녀는 길 건너 파란 지붕 집에 있던 가족이 강을 넘어 중국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살기 위해 이 소녀는 짐을 쌓고 걷고 또 걸었다.

날씨가 추웠던 터라 살을 베는 듯한 느낌의 추위가 있었지만, 소녀는 계속 걸어갔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저 멀리 군인들이 보인다.


‘어떻게 해야 건널 수 있을까?’

소녀는 보자기에 있던 성냥을 생각했다. 이 불을 붙이면 군인들의 시선을 뺏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녀는 말라버린 겨울 잎과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를 조심이 모아 성냥불을 조용히 붙였다.

늦은 밤, 매서운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소녀의 뒤로 불길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 같았다. 군인들은 점점 커져가는 불길을 보면서 허둥지둥 대처하기 시작하는 듯했다.


‘성공이다. 이제 건너가자.’

소녀는 군인들이 몰려있는 쪽에서 멀리 떨어져 얼어붙은 강을 조심히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살얼음이 있던 부분이 있었는지도 얼음이 깨지면서 갖고 있던 신발이 얼음에 빠져버렸다.


늦은 밤, 성냥불이 만들어낸 불길을 등대 삼아 건너가고 있었기 때문에 물에 빠진 신발까지는 보지 못했다. 오로지 이 강을 건널 생각뿐이다. 소녀는 살고 싶었다. 계속 걸었다. 신발이 없는 맨발도 소녀의 거침없는 발걸음은 막을 수 없었다. 아침이 되면 즉결 처형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소녀의 심장 박동과 함께 강을 건넜다.

이제는 중국에 도착했다. 소녀는 안심을 했지만, 이제야 양쪽 신발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발이 얼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겨울 강물에 젖었다 나온 맨발과 함께 매서운 시베리아의 추운 바람은 그녀의 발을 푸르스름하게 만들어 버렸다.


소녀는 또다시 성냥불을 붙였다. 그리고 작은 천 조각을 이용해 발을 꽁꽁 싸기 시작했다. 신발이 없는 것보단 나았지만, 그렇다고 이 모진 겨울과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녀는 장마당과 비슷한 중국의 시장을 보았다. 다행인 점은, 조선족이 많은 지역이라 어느 정도 북조선 사람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소녀가 갖고 있는 물건은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다.


“성냥 사시라요. 성냥. 겨울에 필요한 성냥을 팝네다.”

아무리 성냥을 팔려고 해도, 라이터를 사용하는 시대에 성냥을 사주는 사람은 없었다. 소녀는 이틀 동안 거의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팠다. 그렇다고 불쌍해 보이는 소녀에게 흔쾌히 먹을 것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겨울은 특히 어린 소녀에게 더욱 가혹했다.

‘성냥은 필요한 물건인 줄 알아서 챙겨 왔는데, 여기서는 음식점에서 그냥 주는 물건이라니.’


“성냥 사세요. 성냥. 한 번에 불이 붙는 성냥이랍니다.”

털이 수북한 모자를 쓴 중년의 남자가 소녀 앞에 섰다.

“얘야, 너는 혼자 왔니?”

“성냥 하나 사주시겠어요?”

“날씨가 추운데 고생을 하고 있구나. 이리 따라와 보렴, 여기에 가서 밥도 좀 먹고, 쉬다 가자꾸나.”

배가 고픈 소녀는, 적극적으로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만으로 3일이 되어 가고 있기에 힘없이 중년의 남자를 따라갔다.


“아저씨, 어디에 가는 거예요?”

아저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는 중국 공안이 많으니, 차를 타고 조금 더 안쪽으로 가자꾸나.”


소녀는 불안했지만 가진 거 하나 없는 소녀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낡아 보이는 봉고 자동차에 소녀를 태우고 그렇게 출발했다.

하지만 털모자를 쓴 아저씨는 소녀를 볼 때마다 거울 속에서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지는 것 같았다.

그 미소는 사냥에 성공한 늑대와 같았다.


소녀는 북조선에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갔지만, 불붙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성냥처럼 점점 사그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소녀는 그렇게 다 타버린 성냥의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그 후에 소녀를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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