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 Lee Feb 20. 2016

자폐증의 덜 알려진 이야기

"냉장고 엄마"에 얽힌 자폐증에 대한 편견과 극복

여기서 잠깐 자폐증에 대한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역사를 짚어보고자 한다. 최근 전문가들은 자폐성 장애아들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능력 부족으로 인해 상상력에 기반한 공유나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 등의 정상적인 사회적 교류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


현대적인 의미의 자폐증은 73년 전인 1943년에 존스 홉킨스 대학의 정신과 의사 리오 카너(Leo Kanner)가 자폐를 별개의 신경학적 상태로 파악할 때까지는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었다. 카너는 1943년 '정서 접촉의 자폐적 교란(Disturbances of Affective Contact)'이라는 논문에서 도널드와 10명의 아이들에 대한 관찰을 기술했다. 그는 이전까지 정신박약, 지체, 저능아, 바보, 정신분열 같은 말로 묘사되던 아이들의 증상을 '유아기 자폐(infantile autism)'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하여 설명함으로써 임상정신의학 분야에서 한 획을 그었다. 핵물리학자 어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와 동시대를 산 그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한 것이다."


카너는 '자폐증'라는 말을 유진 브로일러(Eugene Bleuler)가 성인 정신분열증에서 보이는 내향적이고 자기도취된 측면을 기술하기 위해 만든 용어에서 차용했다. 임상적 증세는 동일하지 않았고 정신분열증과 달리 카너의 환자들은 선천적으로 자폐증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이런 이유로 그는 이 증상을 유아기 자폐라고 부른 것이다. 그는 이런 증상이 드물고 과거에는 정신박약이나 정신분열증과 혼동되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열거한 핵심 증상은 "극도의 자폐적인 외로움," 반향어를 보이는 비정상적인 언어, 대명사 전도, 글자를 알지만 의사소통에 사용 못함, 단일 성조, 반복적인 행동, 동일한 것을 유지하려는 강박적인 의도 등이었다.


194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현재 자폐성 장애아로 불리는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교란된 정신분열증 환자 혹은 정신병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카너는 주로 학계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가족의 아이들을 표본으로 관찰했기 때문에 제한된 표본수와 대상으로 인해 자폐성 장애는 지식수준이 높은 백인 중에서도 중상류층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잘못된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선천적인 장애라고 생각했음에도 엄마의 차갑고 지적인 성격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냉장고 엄마(refrigerator mother)"라는 말을 만든 그는 해동시키지 않는 냉장고처럼 자폐성 장애아를 언 채로 방치한 장본인이 바로 엄마라고 묘사했다.


흥미로운 것은 카너가 폭넓은 문헌 검토를 거쳤음에도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를 언급한지 않은 점이다. 비엔나의 소아과 전문의 아스퍼거는 1944년에 자폐증과 유사한 정신병을 보인 아동 4명의 케이스를 묘사하고 다른 유사한 아이들이 보인 특성을 요약했다.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가진 장애아동의 경우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자폐성 장애아동과 동일한 어려움을 겪지만 언어능력은 뛰어나고 (종종 주목할 만큼의 뛰어난 어휘력을 구사하기도 한다) 고급 기술적 지식을 습득하기도 한다. 아스퍼거의 연구는 1970년대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1994년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에서야 등장한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자폐증의 구분에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 아스퍼거는 두 장애가 다른 것으로 보았지만 오늘날에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고기능 자폐증(high functioning autism) 간의 많은 유사성을 강조하면서 자폐스펙트럼장애로 동일하게 취급한다. 이례적으로 천재성을 보인 철학자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이나 노벨상 수상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 등을 아스퍼거스 증후군에 확대 포함할 것인가 등의 논쟁의 여지는 남아 있고 존 내쉬는 이전까지 정신분열증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아스퍼거 증후군과는 매우 다른 장애다.


이 외에도 정신분석방법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1940년대 말에서 1970년대까지 자폐성 증세의 근본 원인을 아동의 어린 시절 및 엄마와의 관계에서 찾으려 했다. 또한 저명한 시카고 대학 교수이자 행동장애 아동의 기숙치료시설인 소니아 생크맨 오소제닉(Sonia Shankman Orthogenic) 학교장을 지낸 브루노 베텔하임(Bruno Bettelheim)은 카너의 냉장고 엄마 이론에 입각한 책을 저술하여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지식을 갖도록 했다. 냉장고 엄마 이론에 처음으로 반론을 제기한 사람은 버나드 림랜드(Bernard Rimland)로 자폐성 장애아의 부모이자 연구 심리학자였다. 이후 기자이자 작가인 리처드 폴락(Richard Pollak)은 스스로 자폐증과 냉장고 엄마 이론의 그늘 속에 성장했다. 이후 그는 베텔하임이 어떻게 냉장고 엄마 이론을 날조하고 이용했는지를 폭로하기도 했다.[1]



1. http://www.pbs.org/pov/refrigeratormothers/fridge/

매거진의 이전글 자폐 전단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