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 Lee Feb 22. 2016

첫 전문가 상담

2009년 8월

작은 도시인 스트랫퍼드에 비해 다운타운에 위치한 종합병원은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한다. 새로운 병원 건물을 중심으로 주위를 감싸고 있는 오래된 건물 안에 언어치료실이 위치하고 있다. 2009년 8월 22일, 여기에서 우리는 어찌 보면 모든 일이 시작되게 한 언어치료사 데비를 만났다.


데비는 기본적으로 의사소통 기술에 관한 평가를 했다. 인터뷰에서 우리는 J가 가끔씩 단어를 "말하기는 하지만"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내는 J를 데리고 유아놀이 그룹에 다녀봤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형 하고도 같이 놀기보단 주로 혼자 논다고 말했다. 또 J는 이름을 불러도 들은 척도 안 하며 자신의 관심사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J는 데비가 보여주는 불빛이 반짝거리거나 신기한 소리가 나는 그림 등 애니메이션과 주의를 끄는 도구 및 놀이에 관심을 보였으며, 언어치료도 그런 특성을 살려 차례를 바꿔가며('turn taking'이라고 한다) 데비와 공유하는 놀이 활동에 중점을 두고 시도되었다. J는 치료실에서도 의자나 탁자에 올라가는 등 매우 활발한 행동을 보였는데, 데비는 위험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J는 형 하고 놀 때 술래잡기, 숨바꼭질 등 매우 활동적인 놀이를 하곤 했다. 또한 냉장고에 붙는 자석글자를 이용해서 한글과 영어 단어를 만드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나는 J가 책을 볼 때도 그림보다 글자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J는 치료실에서 다른 사람과 눈 맞춤을 거의 하지 않았다. 데비는 J가 도움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말하는 대신에 우리를 데려가거나 물건을 가져오는 것을 주목했다. 물건을 가리키는지도 물었는데, 그럴 때도 있다고 했지만 치료실에서 물건을 가리키지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데비는 J가 언어발달을 한국어로 하고 있으며, 부모들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번역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라고 추측했다. 데비로부터 받은 몇 개월 동안의 언어치료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 J는 관심이 있고 많이 사용하는 "우유," "아빠" 등의 단어를 한국어로 말하기 시작했는데 데비는 그때서야 말을 모방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봤으며, 치료 중에 자기의 말을 따라 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데비는 느리더라도 한 단어만 사용하는 모델로 언어를 발달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데비가 파악한 J의 어휘력은 10개 이하에 불과했다. 나는 분명히 더 많은 단어를 알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을 기준으로 할 때는 그정도에 그친 것이다. 이 외에도 데비는 J가 물과 욕조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점을 주목하면서 작업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언어치료사 데비의 종합적인 분석에 따르면, J는 듣기와 읽기 같은 수용적인 언어, 말하기와 쓰기와 같은 표현적인 언어 등 의사소통의 실용적인 측면에서 언어능력의 부족함이 보이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의사소통 부족이 보다 광범위한 장애의 존재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추가 진단과 평가를 권했다. 다음 단계로 우리가 취한 조치는 소아과 전문의와 약속을 잡는 한편, 청각장애 여부를 배제하기 위해 청력 테스트를 받기로 한 것이었다.

이전 05화 떼쓰기 대마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