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에 관한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
자폐증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많은 수의 증거가 있으며 매년 새로운 증거가 추가되고 있다. 하지만 자폐증 유발에 핵심 역할을 하는 어떤 배타적인 단일 유전자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증거 중에서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는데, 마지막은 6이 아니라 N이다.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수정 및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이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자폐증이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는데, 항간에 임신 중 검사 항목에 자폐증 검사를 광고하는 것이 보였다. 정확히 무슨 검사를 한다는 것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마치 유사과학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증거 1. X 염색체의 FMR1(X정신지체1, X mental retardation 1) - 이 염색체는 취약X증후군(Fragile X Syndrome, FXS)과 관련이 있다. FXS는 핵심 유전자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한 경우로 두뇌 내부의 전기적 신호를 통제하는 단백질인 FMRP(fragile X mental retardation protein)가 제거되어 해당 환자는 행동적, 신경학적, 물리적 증상을 보인다. 반면 해당 유전자에 단일 오류가 있을 경우에는 FXS의 증상 중 전형적인 2가지 지적장애와 발작을 보여 유전자의 역할이 보다 세분화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FXS의 한 가지 미스터리는 단일 유전자의 결손이 어떻게 환자들에게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는가이다. 일부의 환자들은 지적 장애가 발생하여 대화나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가벼운 영향만을 받는다고 한다. 환자들은 발작, 불안, 충동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형적인 외형 증상에는 머리가 커지고, 평발, 특징적인 얼굴이 포함된다. FXS 환자들의 3분의 1은 자폐 범위의 증상을 보인다.[1]
증거 2. 도파민 수용체(dopamine transporter, DAT) 유전자 돌연변이 - DAT 유전자 돌연변이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 자폐증, 조울증(bipolar disorder)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견되었다. DAT는 시냅스나 신경세포 간에 과다 존재하는 도파민을 제거하는 신경전달물질 공급을 통제하는 단백질이다. DAT 돌연변이는 수용체를 "반대로 작동하는 진공청소기"처럼 만들어 도파민을 방출시켜 시냅스 주변에 지나치게 많은 도파민이 존재하는 상태로 만든다. 이 돌연변이를 갖도록 조작된 실험쥐는 사육장의 벽에 달려들어 충돌하는 이상행동(darting behaviour)을 보였다.[2]
증거 3. 시냅스 수를 통제하는 유전자 - 주요 조직적합 유전자 복합체 클래스 I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class I, MHCI)라고 불리는 면역계 단백질이 면역계에서 추가 작업을 통해 뉴런들 사이에 화학적 및 전기적 신호들을 전달하는, 시냅스의 수를 조절하는 것을 돕는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MHCI와 자폐증 사이의 관련성도 나타나고 있는데,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은 특정한 뇌의 영역에서 보통보다 더 많은 시냅스들을 가진다. 게다가, 여러 자폐증과 연관된 유전자들이 종종 mTOR(라파미신rapamycin의 포유동물에서의 표적)이라고 알려진 신호전달 단백질을 통해서 시냅스 수를 조절한다. MHCI 및 자폐증 관련 유전자들이 mTOR-시냅스 조절 경로에서 만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자폐증 유발 가능 유전자를 보유한 태아가 MHCI의 수준을 바꾸는 염증을 만나게 되면 자폐증으로 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MHCI를 상승조절(up-regulating)하는 것은 산모의 면역반응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시냅스 연결이 형성되고 있는 태아의 뇌에서 MHCI 활성을 변경시키는 것은 시냅스 밀도에 잠재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3]
증거 4. 대두증 유발 유전자 - UCLA의 과학자들이 임신한 쥐에서 면역계의 1차 방어선에 발생한 염증이 신경 줄기세포의 과도한 분열을 촉발시켜서 새끼 쥐의 뇌가 과도하게 증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특별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한 쥐들은 염증에 대한 면역반응이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것도 발견했다. 이 돌연변이는 종양 억제 유전자인 포스타파아제 및 텐신 동체(phosphatase and tensin homolog, PTEN)의 복제본 하나가 결핍된 것으로 PTEN은 세포가 지나치게 빨리 성장하고 분열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경우 PTEN 유전자가 비정상적인 경우 머리가 매우 크게 성장하는 대두증(macrocephaly)을 유발하는데, 자폐증 위험을 높이는 연관성이 있다.
증거 5. 레트(Rett) 증후군을 유발하는 MECP2 돌연변이 - 1999년에 베일러(Baylor) 대학 의학부의 후다 조그비(Huda Zoghbi) 박사의 연구팀은 레트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의 원인이 MECP2(Methyl-CpG binding protein 2)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레트 증후군은 여자 신생아 1만 명당 1명의 비율로 나타나는 유전질환으로 4살까지 언어 능력의 저하뿐만 아니라 머리의 크기도 정상보다 작고, 호흡과 심장 박동도 불규칙적으로 되고 자폐증과 유사한 증상도 흔히 나타난다고 한다. 당시 연구에서는 MeCP2 단백질 부족은 여자아이들에게서 언어 기능의 상실 및 손의 이용과 인지 기능의 하락 등 레트 증후군의 전반적인 증상의 원인인 것으로 입증되었다.[5]
증거 N. 후성유전학적 태그 (Epigenetic Tags) - 자폐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많은 요인 중에서 전문가들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은 자폐증이 유전에 의한 증상이라는 점으로 자폐증에서 가족력이 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결정적인 유전자가 발견되었음에도 대부분의 경우는 왜 자폐증이 나타나는지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인해 유전자 자체보다는 유전자의 활동을 통제하는 "후성유전학적 태그(epigenetic tags)"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 연구에서는 이미 자폐증이 있는 자녀를 둔 산모 44명을 대상으로 임신 초기에 아버지들로부터 정자 샘플을 수집하고 아이가 한 살이 되었을 때, 유아 자폐증 관찰 스케줄(Autism Observation Scale for Infants, AOSI)을 통해 자폐증 여부의 진단을 수행했다. 그 결과, 통계학적으로 AOIS 점수와 후성유전학적 태그의 존재 및 결손과 연관이 있는 193개의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많은 지점들이 발달과정에 관련된 것들이었으며 특히, 신경발달과 관련 있는 유전자와 가까운 위치에 있음을 발견했다. 높은 AOIS 점수를 보인 것과 관련이 있는 지점 10군데 중 4군데는 유전질환이며 자폐증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프레더-윌리(Prader-Willi) 증후군과 관련된 유전자의 근처라는 것이 식별되었다. 자폐증이 후성유전이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다시 한 번 지지해준 이번 연구는 더 많은 자폐성 장애아를 대상으로 확대하여 아버지의 직업 관련성 여부도 검증할 예정이다.[6]
1. http://www.fraxa.org/fragile-x-treatment-new-research-directions/
3. http://www.sciencenewsline.com/summary/2014102116450040.html
4.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10/141010154926.htm
5. https://www.bcm.edu/news/genetics/mecp2-duplication-immune-system-brain
6. http://www.hopkinsmedicine.org/news/media/releases/paternal_sperm_may_hold_clues_to_aut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