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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Mar 01. 2016

클론의 습격

미토콘드리아는 누구 편?

스타워즈 에피소드 중에서 '내가 네 애비다'라는 사실에 이어 큰 반전을 선물했던 에피소드가 바로 '클론의 습격 (Star Wars Episode II: Attack of the Clone, 2002)'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항상 적군으로만 알고 있던 클론들이 사실은 아군이었으며, 강한 병사를 육성하기 위한 유전자 복제 기술을 기반으로 비밀 장소에서 탄생, 교육, 훈련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이 클론들에게는 특정 신호에 반응하는 유전자가 이식되어 있는데, 평상시에는 충성스러운 공화국 군인임에도 이 신호가 전달되자 완전히 탈바꿈하여 적군이 된다.


이 현상을 위험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에게도 비슷하게 유추할 수 있는데, 비록 특정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 발현의 계기가 되는 신호를 차단하면 병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그 유전자가 암을 유발하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알려진 수많은 발암물질을 피하는 것도 건강하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


자폐성 장애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데, 유전자에 자폐증을 발생시키는 돌연변이가 존재한다면, 그 발현을 막기 위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시중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사 치료법 들이 바로 이 가설의 증거로 볼 수 있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은 특정인에게 효과를 보이지만 대부분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폐증을 완치했다고 하는 광고가 과대 과장 광고일 수도 있지만 운 좋게도 그 요법에 효과를 보이는 자폐 유전자를 가진 환자가 치료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요법을 맹신할 필요는 없더라도 너무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요법도 있는데, 그럴 때는 간단히 무시하자.)


미토콘드리아는 신체 내의 거의 모든 세포에 존재하는 작은 기관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설탕과 산소를 에너지로 변환시켜 세포가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만약 이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자폐증의 증세나 신호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폐성 장애아가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가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두 가지 질환을 모두 가진 경우, 간질, 근긴장도(muscle tone)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운동장애가 따라올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질병을 함께 가질 경우 어떤 공통적인 문제가 나타나는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가진 경우는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1]


또한  재미있는 사실 중에 하나는 미토콘드리아 가설이라는 것인데, 미토콘드리아가  오래전에 인간의 몸에 들어와 살기로 한 다른 생명체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미토콘드리아는 대부분의 다른 소기관들과 달리 자체적인 DNA를 가지고 있고, 세포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알아서 분열함으로써 수를 불린다. 그리고 세균의 세포막 구조와 유사한 이중막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건 엽록체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인데, 이 특이성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기원은 또 하나의 독립적 생물이었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먼 과거에 어쩌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된 유기 호흡을 하는 세균이 세포와 공생을 하면서 막대한 ATP를 제공하고 그 대신 영양분과 안전을 보장받는 관계를 맺은 것이 현재의 미토콘드리아라는 것이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자발적으로 인간의 몸에 들어와 살기로 했던 미토콘드리아에 반란을 지시하는 신호가 1980년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그것은 백신, 휴대전화의 전자파, 와이파이, 대기오염, 방사선, 수은, 기타 중금속, MSG, 살충제, GMO 등 뭐든지 될 수 있다. (구글에서 자폐증과 그럴듯한 명사를 함께 검색하면 거의 대부분 수많은 결과를 볼 수 있다.) 그 신호를 받은 미토콘드리아들이 배신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면, 클론의 습격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의 습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토콘드리아는 매우 중요한 기관인데, 미토콘드리아가 사라지면 인간은 바로 죽는다. 이니그마(Enigma machine)를 해킹하여 2차 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튜링(Alan Turing)이 자살할 때 사용한 시아나이드(cyanide)가 바로 미토콘드리아를 죽이는 물질이다. 치사량이 200–300 mg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인 독으로 세포호흡을 저해시켜 결국 신경세포의 산소부족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 시간은 1분이 채 안 걸린다. 이렇게 중요한 세포 내 독립 생물(?)인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겼으니 다른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리가 만무하다.


한편, 스탠퍼드 의대의 과학자들은 세포의 연료사용 기작에서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고 신진대사와 관련되고 치명적이며 신비하기까지 한 질병을 발견하고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미토콘드리아에서 발생하는 질환인데, 미토콘드리아의 문제는 신체 기관의 작동중단과 발작, 뇌졸중과 같은 재발성 질환 및 조기사망의 원인이 된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적인 오류로부터 발생하는 질환은 총 30여 가지에 달하는데, 어린이는 4,000명 중 1명, 어른은 8,500명 중에 1명꼴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나쁜 소식은 진단이 어렵고 치료법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탠퍼드 대학과 루실 패커드 아동병원 (Lucile Packard Children’s Hospital)의 연구팀은 이 병을 감시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를(biological marker) 발견했다. 이것을 이용해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들의 건강상태가 갑자기 악화되기 전에 알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탠퍼드 의대의 소아과 교수이며 패커드 병원의 생화학 유전학 프로그램의 디렉터인 그레그 엔스(Greg Enns)는 "자동차 엔진이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연기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연구의 기본원리는 생화학적인 연기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미토콘드리아는 매우 반응성이 높아 DNA와 세포구조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s)를 대량으로 배출한다. 바로 이 활성산소의 신호를 찾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백혈구세포에서는 신체의 기본적인 산화방지제이며 산화환원 기능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글루타티온(glutathione)의 수준이 상당히 감소해있었다. 이것은 산화방지제를 통한 신체 방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역시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일종으로 간주되는 유기산뇨증(organic acidemias) 환자에게서도 글루타티온의 수준이 상당히 낮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활성산소 신호를 통해 산화방지제를 보충하는 것이 치료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비타민 C나 E와 같은 산화방지제가 도움이 되는지를 테스트할 수 없었으나 이제 혈액수치를 측정하여 효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글루타티온을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은 진단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미토콘드리아에서 생긴 문제로 해당 증세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력약화, 청력감소, 신장질환, 간질환,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당뇨병, 알츠하이머를 비롯하여 암까지 포함될 수 있다.[2]



1. http://www.cdc.gov/ncbddd/autism/mitochondrial-faq.html

2. https://med.stanford.edu/news/all-news/2009/02/new-test-for-mysterious-metabolic-diseases-developed-at-stanfordpackar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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