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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Feb 26. 2016

장내 미생물과 자폐증

속이 편해야 만사가 편하다!

프로바이오틱(probiotic) 식품 제조사들은 장내 박테리아가 정신적 웰빙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 왔지만 신경과학자들은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자폐증과 우울증 같은 증세가 장내에 미세 거주자들인 미생물군(microbiome)과 연결되어 있는 강한 증거가 존재한다. 자폐증과 미생물군의 분포 간의 연관성이 발견되었지만 신경과학자들은 이제 겨우 어떻게 장내 미생물이 두뇌에 영향을 주는가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미생물학자 사르키스 마즈마니안(Sarkis Mazmanian)은 뇌와 소화관을 연결하는 미주신경(vagus nerve)처럼 면역계도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메타볼라이트(metabolites, 박테리아가 신진대사를 통해 만들어 내는 부산물)도 두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적어도 두 가지 형태의 장내 박테리아가 신경전달물질인 감마아미노부틸산(γ-aminobutyric acid, GABA)을 생산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아일랜드의 유니버시티 컬리지 코크(University College Cork)의 약학자인 존 크라이언(John Cryan)은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실험쥐는 일반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실험쥐와는 다른 미생물을 갖고 있으며 훨씬 불안감이 더 높고 우울증의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태어날 때 일반적으로 획득되는 질내 미생물을 얻지 못한 동물은 평생 동안 정신건강에 있어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에 수행된 유사한 실험에서 마즈마니안은 자폐증을 보이는 쥐들에게서 흔한 장내 미생물인 박테로이드 프라질리스(Bacteroides fragilis)의 수준이 훨씬 낮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 미생물이 부족한 쥐들은 자폐증에서 보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반사회적이며 소화기능에 이상을 보였으나 박테로이드 프라질리스를 먹임으로써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었다.


자폐증세를 보인 쥐들의 혈액에서 메타볼라이트의 한 종류인 4-에틸페닐술페이트(4-ethylphenylsulphate, 4EPS)가 높게 나타났으며, 정상 쥐에 4EPS를 주입했을 때 자폐증에서 보이는 행동문제를 일으켰다. 이러한 차이는 다른 실험실의 행동실험을 재현하는 연구자들에게는 중요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정상 실험쥐의 박테리아를 비정상 실험쥐에 이식했을 때, 이들 동물은 덜 불안해했으며 혈액에서 스트레스와 연관되는 화학물의 수준이 낮아졌다. 인공수정을 통해서 실험쥐를 만들 때 이들 동물은 대리모로부터 박테리아를 얻게 되며 유전적 부모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1]


흥미로운 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가진 아이들은 대변에서 특정 메타볼라이트의 농도가 정상 아이들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국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에서 발표된 이 연구는 장내 박테리아가 자폐증과 관련 있다는 추가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바이오디자인연구소(Biodesign Institute)의 강대욱 박사는 "대부분의 장 박테리아는 유익한 것들로 소화를 돕고 비타민을 생산하며 유해한 박테리아로부터 신체를 보호하지만 유해한 박테리아들이 위험한 메타볼라이트를 만들어 내거나 그 균형을 교란시킬 수 있고 장은 물론 두뇌를 포함한 신체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박사의 연구팀은 ASD를 가진 아이들이 식별된 50개의 박테리아군 중에 7개에서 큰 차이를 보인 것을 발견했다. 이 7개 박테리아군의 대부분은 두뇌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거나 신경전달물질의 체내합성(biosynthesis)에 관여하는 것들로 장내 미생물군이 장-두뇌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고 두뇌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ASD를 가진 아이들은 호모바닐레이트(homovanillate)와 N,N-디메틸글리신(N,N-dimethylglycine) 등의 메타볼라이트 수준이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호모바닐레이트는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도파민이 분해된 성분으로 도파민 이화작용(catabolism)에 불균형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화작용은 생물체에서 복잡한 물질이 더 단순한 화합물로 분해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을 말한다. N,N-디메틸글리신은 단백질과 신경전달물질을 이루는 기본 물질이며 ASD와 간질발작을 줄이는데 사용되고 있다.


글루타민/글루탐산(glutamine/glutamate)의 비율도 ASD를 가진 아이들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글루타민과 글루탐산은 대사과정을 거쳐 GABA로 바뀌며 신경전달물질의 억제제로 작용한다. 글루탐산과 GABA의 불균형은 자폐증 행동인 과잉흥분(hyper-excitation)을 일으킨다. 차세대 시퀀싱 기술을 이용한 연구에서 ASD를 가진 아이들은 수백 종의 독특한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고 조성에 있어서는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박테리아와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메타볼라이트 간의 연관성은 장내 박테리아와 자폐증 간의 작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주춧돌로서 ASD의 신경학적인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잠재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강박사는 말했다.[2]


역시 Caltech의 신경생물학자인 폴 패터슨(Paul Patterson)은 임신한 상태의 실험쥐에게 바이러스 감염을 모방하는 화학물질을 주입하여 자폐증과 유사한 증상을 갖는 실험쥐를 만들었는데 이들 실험쥐가 낳은 후손은 사회성이 떨어지고 야생상태의 동물보다 불안감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폐서 실험쥐에게서는 또한 내장벽이 붕괴되어서 내장의 물질이 흘러나오는 "장누수(Leaky Gut)"현상이 일어났다. 일련의 연구를 통해서 자폐증 환자도 위장질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 두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이 4EPS를 야생쥐에게 주입했을 때 이들 실험지들은 치료받지 않은 자폐증 실험쥐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 반복적으로 강박적인 행위를 보이고 다른 실험쥐와 다르게 만났을 때 끽하는 소리를 내었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CalTech의 신경과학자인 엘레인 샤오(Elaine Hsiao)는 비록 이것이 박테로이드 프라질리스에 의해서 만들어진 4EPS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장내 박테리아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3]


장누수증후군(Leaky gut syndrome)은 가설이며, 의학적으로 인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대체의학계에서는 다양한 범위의 심각한 만성병의 원인으로 간주되는 증상이다. 이 만성병들은 당뇨, 루푸스(lupus),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등이 해당된다. 이 가설의 지지자들은 부실한 식단, 기생충, 감염, 약품 등이 창자의 벽이나 관을 손상시켜 독성물질, 병원균, 소화되지 않은 음식 혹은 기타 물질이 혈관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본다. 이 누수가 신체가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하여 앞서 열거한 만성병을 유발하는 것이다.[4]



1. http://www.nature.com/news/gut-brain-link-grabs-neuroscientists-1.16316

2.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4-05/asfm-ccp051414.php

3. http://www.nature.com/news/bacterium-can-reverse-autism-like-behaviour-in-mice-1.14308

4. https://en.wikipedia.org/wiki/Leaky_gut_syn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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