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버자이너 모놀로그 - 자폐에서 파킨슨병까지
미생물이 인간의 성격까지 좌우할 수 있을까? 우리 위와 장에 서식하는 유해 및 유익균들의 집합이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을까? 스트레스가 미생물군의 패턴을 변경시킨다면, 산모의 스트레스가 자녀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까? 인간은 결국 미생물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아닐까?
출산 시 산모의 스트레스가 신생아 발달에 어떻게 영향을 줄까? 위장(gastrointestinal, GI)의 미생물군체(microbiota)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몸속에 들어오는 것일까? 심리적 스트레스가 우리의 미생물군체에 영향을 줄까? 산모의 미생물군체가 자녀로 수직 전이되고 그 변화가 두뇌 발달에 영향을 줄까? 등과 같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관련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가 산도를 지나면서 흡입하게 되는 질내 분비물이 아기의 생후 위장내 미생물군체를 이루는 기초가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신 중 산모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이 질내 미생물군체를 변화시키며 특히, 락토바실리우스(Lactobacillus, 유산균류)의 총수와 전체 미생물군 중 유산균류의 비율을 낮게 만드는 것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은 산모가 낳은 아기는 그렇지 않은 산모의 아기와 다르게 혼합된 미생물군체를 물려받게 된다. 질내 미생물군은 주로 산모의 위장관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해도 신생아의 위장내 미생물군은 질내 미생물군에서 유래한 것이 좀 더 분명하다. 또한 위장내 미생물군이 신생아의 신경화학 작용에도 차이를 만드는데 (예를 들면, 두뇌 속의 일부 아미노산 수치가 다른 것 등), 산모의 스트레스에 따라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신생아의 위장내 미생물군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건강한 장을 유지하는 것으로부터 위장관-두뇌 의사소통에 이르기까지 미생물군체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생아의 장내 미생물군에 기여하는 요소는 질내 분비물과 함께 초유(colostrum)도 있다. 장, 균, 스트레스 (Guts, Germs, and Stress) 이론은 주장(tenets) 증명, 기작(mechanisms) 결정, 잠재적 효과(implications) 검토 등이 필요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현상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흥미로운 이론 중에 하나는 미생물군체의 수직 전이가 진화압(evolutionary pressure)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산모-신생아 위장 미생물군체 전이 현상을 질병적인 관점이라기보다 진화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질병 모델은 제왕절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미생물군체 변화, 요로감염 등으로 초래되는 변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인 반면, 진화 모델은 재생산 성공(reproductive success, RS)에 영향을 주로 고려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심한 세상에 태어나는 동물은 세상의 스트레스에 더 빨리 적응할수록 재생산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발달의 결정적인 시기에 적응을 위한 영향을 줌으로써 후손이 생존, 재생산, 효과적인 양육 등을 개선하여 재생산 성공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스트레스가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까? 해당 연구에서 사용한 스트레스는 주로 "심리적인(psychological)" 것으로 위협적인 악취, 물리적 구속, 새로운 소음 등이었다.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재상산 성공을 최대화시키려면 두뇌 신경화학의 다른 패턴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임신 중 기아 혹은 음식 부족, 증가한 산모의 육체활동, 극단적인 기온 등은 해당 연구에서 신생아의 장내 미생물군에 보인 것과 다른 차이를 만들 것인가?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따른 변화는 주로 남자에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아마도 특정 스트레스의 집합은 재생산 성공을 늘리기 위해 남자의 적응이 주로 요구되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면 장내 미생물군 수직 전이는 남자에게만 영향을 주기 때문일까? 어떤 스트레스도 똑같은 변화를 가져올까?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원이 부족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재생산 성공의 확률을 높이려면 주거지의 자원을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습관을 갖는 후손을 늘리는 A 전략이 나을까 아니면 새로운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재생산 잠재력을 더 높인 후손을 늘리는 B 전략이 더 효과적일까? 가용한 자원에 대한 산모의 인식이 미생물군체의 형태로 신생아에 전달되어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적응될 수 있을까?
태아기 때 세균성 염증 유발물질인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에 노출되면 도파민 신경이 크게 낮아진 자손이 태어나는데 말기에 파킨슨병으로 발현된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 가드너엘라(Gardnerella) 질염으로 유발되는 세균 과다 증식 질병인 세균성 질염(bacterial vaginosis)이 임신 중 지질다당류를 높이는 잠재적인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질과 장-두뇌 의사소통은 문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의사소통을 전달하는 매개체는 유해 혹은 유익균의 조합에서 파생되고 장에서 주로 분비되어 호르몬 같은 형태로 면역 및 신경 면역 작용을 통해 두뇌에 영향을 주는 박테리아에 의한 생물막 형성을 효과적으로 방지 또는 저해할 수 있는 리포테이코산(lipoteichoic acid, LTA), 지질다당류 등이다.[2]
사실, 이와 같은 실험을 인간을 대상으로 수행할 수는 없지만 자연재해로 인해 이와 유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을 통해 산모의 스트레스가 자녀에 미치 영향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프로젝트 아이스 스톰(Project Ice Storm)"이라고 불리는 이 시도에서 과학자들은 캐나다 퀘벡주에서 벌어진 극심한 환경적 위기 속에서 산모의 스트레스가 자녀의 자폐증 증상을 예측할 수 있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1998년 1월 퀘벡 남부에 얼음폭풍이 닥쳐 혹독한 한겨울에 거의 4주 동안 전기 공급이 끊긴 사고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산모의 스트레스(prenatal maternal stress, PNMS)를 신경발달 장애의 위험요소로 보고 있었지만 후손의 자폐증 유발에 PNMS의 영향을 밝히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1998년 얼음폭풍 기간에 임신 중이었던 89명(여자 46명/남자 43명)을 대상으로 연구가 수행되었다. 폭풍이 끝난 직후 산모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객관적인 노출과 주관적인 어려움에 관한 설문을 작성했으며, 이후 자녀가 6살 반이 되었을 때 자폐스펙트럼 선별질문(ASSQ)를 작성했다. 그 결과 ASSQ 점수는 남아가 여아보다 높게 나왔다. 객관적 및 주관적인 PNMS가 높을 수록 잠재적인 위험요소와 독립적으로 ASSQ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요소의 작용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PNMS가 객관적인 PNMS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관적인 PNMS가 낮은 경우라도 객관적인 PNMS가 높은 경우 ASSQ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 주관적인 스트레스와 임신기간 사이의 관계에서는 임신 1기에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경우 큰 영향을 받고 후기에는 그 영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SSQ에서 나타난 43%의 분산을 설명하는 것 중에 주요 영향은 자녀의 성별이었으며, PNMS와 자녀의 성별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비임상 자폐성 증상이 신경발달적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데 있어 또 다른 차원의 관점을 보여준다.[3]
아마도 우리 선조들은 산모의 태교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이제야 과학적으로 검증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1. Blausen.com staff. "Blausen gallery 2014". Wikiversity Journal of Medicine. DOI:10.15347/wjm/2014.010. ISSN 20018762에서 얻은 그림을 기반으로 작성
2. William A. Banks, A Vagina Monologue: Mom’s Stress, Bugs, and Baby’s Brain Endocrinology, September 2015, 156(9): 3066–3068
3. Deborah J. Walder, Prenatal maternal stress predicts autism traits in 6½ year-old children:
Project Ice Storm, Psychiatry Research 219 (2014) 353–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