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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Feb 18. 2016

야생소년 빅터

최초의 자폐성 장애아?

J가 민첩하고 재빠르게 움직이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 수렵채취 활동을 하던 시절의 능력이 남아 있다가 발현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자폐아가 움직이는 물체를 정상아보다 두 배 빨리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연구에서 전문가들은 자폐아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더 빨리 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것이 자폐증의 원인을 찾는 실마리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자폐아들이 왜 밝은 빛이나 소음을 견딜 수 없는지를 설명해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전 연구에서 자폐아들은 기본 패턴을 더 잘 인식할 수 있고 단순한 선 그림을 보다 빠르고 세부적인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반면에 보다 복잡한 안면인식과 같은 과제를 처리하는 데는 부적절한 결과를 보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이다.[1]


1801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아베롱의 빅터'의 표지


한 번쯤 "늑대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많은 늑대소년들은 발견 당시 말을 하지 못하고, 네발로 걷고, 추위를 타지 않으며, 날음식만 먹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특히 인도에서 많은 사례가 보고 되었고 1875년 아일랜드에서는 늑대소년들의 대부분이 부모가 버린 바보들을 야생동물들이 거둔 것이라는 생각이 "거의 기정사실(agreeable myth)"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1972년 맬슨(Malson)은 그런 바보들이 어떻게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기존 가설을 반박했다. 대신 그는 트레드골드(Tredgold)의 "고립이 유발한 치매(isolation dementia)" 가설을 지지했다. 여기에 가장 부합한 대상이 바로 어린 야만인 아베롱(Aveyron)의 야생소년 빅터(Victor)다. 그는 1798년 발견 당시 흉터로 뒤덮인 나체 상태였으며 약 11~12세로 추정되었다. 이전 6세 경에 발견되었을 때는 포획에 실패했었다. 빅터는 이후 5년 동안 프랑스 의사 장 이타르(Jean Itard)가 헌신적이고 독창적이며 애정을 다해 보살피고 문명화시킨 것으로 유명해졌다.


처음에 빅터는 무표정하게 허공만 응시했다. 시끄럽거나 기분 좋은 소음에 무감각했으며, 냄새에 반응하지 않았지만 모든 물체의 냄새를 맡으려 했다. 오직 그르렁거리는 소리만 냈고 따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원하는 물체에만 관심을 보였지만 원하는 물건을 가지기 위해 의자에 올라갈 줄 몰랐다. 그는 매우 우울해 보였음에도 크게 웃기도 했고 태양, 밝은 달빛, 눈 등에 즐거운 반응을 보였다. 음식을 매우 게걸스럽게 먹었는데 처음에는 도토리, 감자, 생밤 등만 먹었다.


이타르는 꼼꼼하게 단계별로 구성된 행동 프로그램을 고안하여 사회적 고착을 형성하고 신경의 감각을 깨워 생각을 확장시킨 후 최종적으로는 모방을 통해 말을 유도하려고 했다. 빅터는 좋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물의 순서에도 뛰어난 감각을 보였다. 빅터는 9개월 만에 철자를 단어와 연결할 수 있었다. 이때 한 번의 발작을 보였다. 5년 후 목소리의 톤에 따라 다른 감정 표현을 배웠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애정과 사랑을 보였다. 배우는 것을 즐겼으며 상상력을 동원하여 물체를 사용했다. 물건의 이름을 쓰면 그것을 가져올 수 있었고 기초적인 쓰기를 통해 원하는 것을 달라고 할 수 있었지만 말하기는 겨우 '우유(lait)' 또는 '오 하느님(O Dieu)' 같은 단어 몇 개를 배웠을 뿐[2] 의미 없는 단음 외에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타르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청각장애로 인한 벙어리 및 들을 수 있는 벙어리 아동을 교육하는데 평생을 바친다. 이때 그가 고안한 교육 방법은 현재까지 자폐아 및 언어/지적 장애를 가진 아동의 교육에 적용되고 있다.


이후, 존(John)과 로나 윙(Lorna Wing)[3]은 빅터가 자폐성 장애아였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을 표명했다. 이것은 우타 프리드를 비롯한 학자들도 공감하는 견해다. 이타르는 20년 동안 정신지체와 구분이 되는 40명의 장애아를 보살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논문에서 카너가 본 적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청각장애나 정신지체가 없는 벙어리 아동이 친구들과 관계가 부실하고 대명사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멍하니 쳐다보는 현상을 보이는 경우, 카너가 묘사한 전형적인 강박행동을 보이지 않더라도 자폐 스펙트럼에 속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일부는 발달 언어장애를 보일 수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빅터는 자폐성 장애아였을 수도 있고 단순히 실어증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 증상이 어린 시절 완전히 사회와 고립된 것으로 인해 나타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유아기의 매우 초기 때 완전한 사회적 고립이 시작될 경우 "준자폐 성향(quasi-autistic patterns)"이 발현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4]



1. http://www.dailymail.co.uk/health/article-2321831/Autistic-children-movement-TWICE-quickly-other.html

2.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43369

3.  영국 정신과학자이자 의사. 그녀는 소아발달장애 분야의 선구자였으며 전 세계적으로 자폐증의 이해를 확대시켰으며, 아스퍼거 증후군을 소개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영국자폐협회(National Autistic Society, NAS)를 창립하는데도 참여했다.

4. Sula Wolff, The history of autism, Eur Child Adolesc Psychiatry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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