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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Mar 05. 2016

유망한 유전자 치료

유전자에 해답이 있다.

만약 자폐증이 유전자의 결함이나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다면, 가장 유망한 방법은 바로 그 유전자를 치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글을 찾을 수 있었다.


김은준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는 “2~3년 전만 해도 학계는 자폐증을 일으키는 갖가지 원인 중 환자의 1%를 넘기는 원인이 없으리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가장 많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생크3(Shank3) 유전자 돌연변이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유전자 문제마저 자폐증 환자의 2~3%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자폐증을 일으키는 수많은 원인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힘들고 자폐증의 핵심 메커 니즘이 밝혀지지 않아 여전히 치료제 개발이 힘들다”고 설명한다. 이전까지 연구한 생크2(Shank2) 유전자 돌연변이는 신경전달회로를 둔감하게 만든다. 생크2 유전자는 장 기능에 관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생크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NMDA수용체(글루탐산수용체의 일종으로 기억 성립에 관여)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용체에 문제가 생겼으니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전달될 리 없었다. 연구팀은 CDPPB라는 약물을 넣어 다른 수용체를 자극했다. 그 결과 NMDA 수용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자폐증에는 수백 개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수용체 문제로 일어난 자폐증이라도 신경전달물질에 둔감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민감해서 나타났을 수도 있는 것처럼 너무나 다양한 원인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자폐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현재 자폐증 치료의 근본적인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유전자 맞춤 치료’다. 개인의 DNA를 분석해 어떤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지, 어느 신경전달 회로에서 어떤 식으로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내면 그에 맞는 약물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1]


한국에서 자폐증 관련 유전자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유병률이 최고로 나온 가운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유전자, 환경 외에 또 다른 요인이 자폐증 증가에 기여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다시 유전자를 직접 치료하려는 시도를 좀 더 살펴보자.


퇴행성 중증 신경질환인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2]을 갖도록 조작된  실험동물에서 핵심 신호전달 단백질의 수치를 조절함으로써 운동 기능과 뇌 이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Neuron' 2014년 12월호[3]에 발표된 이번 연구 결과는 치명적인 헌팅턴병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세포 및 분자 치료제 센터장인 비벌리 데이비슨(Beverly L. Davidson) 박사는 헌팅턴병의 발달에 핵심적인 생물학적 경로의 복잡한 작용을 보여준 것으로 약물 개발까지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통제할 수 없던 경로를 조절하는 유망한 치료법의 제시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복잡한 생물학적 경로의 균형을 제대로 회복시키는 것을 통해 루게릭병(ALS), 취약 X 증후군(FXS), 자폐증(ASD)과 같은 다른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에서도 보다 넓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헌팅턴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 단백질 mTORC1은 세포의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것을 방해하는 돌연변이 헌팅턴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므로 이 경로를 저해하거나 차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mTORC1 경로는 이미 손상되어 있었음을 발견했고 그 경로를 회복하는 것이 헌팅턴병을 늦추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글루탐산의 농도와 같이 적절할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mTORC1 수치를 너무 높이거나 너무 낮추면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헌팅턴병 증상이 발생하도록 교배시킨 마우스 모델(헌팅턴병과 같이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진 경우는 인공적으로 병을 일으킬 수 있다!)에게 Rheb와 Rhes로 불리는 조절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지시하는 DNA를 전달하는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바이러스 이용 유전자 요법으로 생산된 이들 단백질은 공동으로 mTORC1 경로에 작용한다. 유전자 요법을 받은 마우스들은 뇌의 부피와 움직임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 마우스들에게서는 콜레스테롤 수치, 도파민 신호전달, 미토콘드리아 활성이 높아졌다. 또한 세포에서 돌연변이 헌팅턴 단백질이나 다른 폐기 처분될 단백질들을 제거하는 자가포식(autophagy)도 증가했다고 한다. 데이비슨 박사는 “돌연변이 헌팅턴 단백질로 손상을 받은 뉴런에서 가소성(plasticity)을 본 것은 매우 놀라웠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헌팅턴병 모델 마우스에서 mTORC1 활성이 정상 이상이 된 후에 뇌의 부피가 회복되기 시작되고 운동 기능도 향상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과는 헌팅턴병이 발생한 이후에도 뇌세포가 반응할 수 있음을 가리키고 있으며, 헌팅턴병에서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4]  여기서 주목할 내용은 이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도 놀라움을 표한 것처럼 가소성이 확인된 것이다. 파괴된 뉴런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자폐증을 포함한 치매, 뇌졸중 등 많은 불치병의 치료도 가능할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유전적으로 원인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두뇌 결함을 가지고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두 종류의 마우스 모델에서 지적 장애의 원인이 되는 뇌 질환과 자폐스펙트럼 행동(Autism spectrum behavior)이 유사한 질병 기작을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 장애는 SynGAP라고 불리는 단백질의 발현 수준이 낮아지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쥐에서 학습과 행동이 어려운 형태로 나타났다. 사람의 경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지적 장애를 갖게 된다. 한편 FMRP라고 불리는 단백질은 손상될 경우 취약 X 증후군(FXS)를 일으키는데 자폐증과 지적 장애의 가장 일반적인 유전 형태다. 다행스럽게도 이 두 가지 단백질 조절이상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도 제시되었다. 바로 로바스타틴(Lovastatin)[5]이라는 약으로 이 약은 마우스 모델의 뇌에서 과발현되는 단백질의 수준을 조절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지적 질환도 공통으로 치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에든버러(Edinburgh) 대학의 피터 킨드(Peter Kind) 박사는 이 약은 이미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아이를 포함한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후속 연구를 통해 이 약이 지적 장애를 치료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는지를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6]


두뇌 가소성을 통한 치료에 희망을 주는 또 한 가지 연구 결과도 있다. 솔크 연구소(Salk Institute)의 과학자들은 두뇌에서 특정 작업을 담당하는 뉴런(neurons, 신경세포)의 역할이 이전에 생각된 것보다 훨씬 더 유연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쥐의 감각 뉴런을 통한 연구에서 단일 분자의 오작동이 "기본역할(early-career)" 스위치를 작동시켜 원래 소리나 촉감을 처리하도록 설계된 뉴런이 시각을 처리할 수 있게 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두뇌의 가소성이 확인되고 치료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 뇌구조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폐증과 같은 신경정신 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뉴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Lhx2라는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로서 유전자의 기본역할 스위치를 온-오프 하여 해당 뉴런의 기능을 바꿀 수 있다. Lhx2는 뇌 이외에도 신체를 구성하는 많은 세포의 필수적인 전사인자로서 결핍되면 태아가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태어난 후에는 Lhx2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연구는 아직 쥐를 대상으로 시행한 단계로, Lhx2가 인간에서는 어떻게 작동할지 아직 모른다. 특히 발달 시간대가 다른 인간에게는 적용 기작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기가 출생 이후에도 뉴런의 최종적인 위치는 종착점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연결 과정이 진행되며 몇 년에 걸쳐 지속되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자폐성 장애아들의 정상적인 뉴런 연결을 유도하여 조기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데 일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뇌에서 뉴런의 연결은 유전적으로 결정되기도 하지만, 환경적 영향에 의해 후성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Lhx2를 조절한다면 뉴런 연결의 유전적 및 후성적 메커니즘의 적절한 기준을 찾아 뇌의 연결이 잘못되는 것을 조기에 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7]



1. http://scent.ndsl.kr/sctColDetail.do?seq=5214

2. 헌팅턴병은 치명적인 유전 질환으로, 특정 뇌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실되고 운동 기능이 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주로 30대 초반에서 50대 사이에 증상이 나타나며 대부분이 첫 번째 증상 발생 이후 15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근육의 경련성 동작이나 발작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력과 근육의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혼란과 성격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나중에는 운동, 사고, 의사소통의 기능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호흡곤란, 심부전, 감염 등도 수반된다. 4번 염색체에 위치하는 IT15라는 유전자의 결함이 헌팅턴병의 원인이다. 이 돌연변이로 헌팅틴(huntingtin: HTT)이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에서 생산 및 축적된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mHTT는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교란시키고 최종적으로 신경세포를 사멸시켜서 헌팅턴병에서 보이는 퇴행성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미국에서만 해도 헌팅턴병 환자들의 숫자는 3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3. John H. Lee, Luis Tecedor, Yong Hong Chen, Alex Mas Monteys, Matthew J. Sowada, Leslie M. Thompson, Beverly L. Davidson. Reinstating Aberrant mTORC1 Activity in Huntington’s Disease Mice Improves Disease Phenotypes. Neuron, 2014; DOI: 10.1016/j.neuron.2014.12.

4. http://www.chop.edu/news/chop-led-animal-study-points-treatment-huntington-s-disease

5. 로바스타틴은 Statin계열 약물 중 최초로 개발되어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고지혈증 치료제다.

6. http://www.genengnews.com/keywordsandtools/print/4/39893/

7. http://www.salk.edu/news-release/brain-cells-capable-of-early-career-sw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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