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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Feb 19. 2016

자폐증, 새로운 전염병인가?

설명이 부족한 갑작스러운 자폐증 유병률  증가

"자폐증(autism)"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이 100년이 채 안되고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도 50년에 리오 카너(Leo Kanner)가 발달장애아를 관찰하면서 붙인 것이 시초다. 그런데, 최근 각종 자폐증 진단 통계자료를 보면 자폐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언급한 '식량은 산술급수적 (1, 2, 3, 4, 5, …)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인구는 기하급수적 (1, 2, 4, 8, 16, 32, …)으로 증가한다'는 표현처럼 매년 자폐증 증가치는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자폐증 유병률을 통제할 수 없다면, "2025년에는 어린이 절반이 자폐성 장애아가 될 것"[1]이라는 MIT 과학자의 경고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무서운 일이 아닌가?


사실, 1970년대 자폐증 유병률은 10,000명당 1명이 채 안 되는 0.7~4.5명(0.045%)에 불과했는데 2014년에는 68명당 1명(약 1.5%, 미국 통계)으로 나타나 40년 만에 경악스러운 수준인 3,233%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아직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산에서 수행된 조사에서는 이보다 높은 2.6%였다!) 분명히 뭔가 심상찮은 원인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질병 통제 및 예방 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의 자폐증 및 발달 장애 감시(Autism and Developmental Disabilities Monitoring, ADDM) 네트워크가 발표한 최신 예측은 자폐스펙트럼장애(ASD)가 모든 인종, 민족, 사회경제 계층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여아보다 남아에서 5배 더 많이 (남아: 42명당 1명, 여아: 189명당 1명) 나타났으며,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의 경우 평균 1%가 ASD를 가진 것으로 식별되었다. 2006~2008년 사이 미국의 발달 장애아는 6명당 1명꼴로 나타났는데, 여기에는 말하기, 언어구사능력 장애와 같은 약한 발달장애에서 지적장애, 뇌성마비, 자폐증과 같은 심각한 발달장애까지 포함되어 있다.[2]

그림 1. 1980년에서 2010년 사이 1000명당 자폐증 유병률 추정치 5년 간격으로 각 지역별 유병률을 나타낸 것이다.[3]

이처럼 폭발적인 증가를 설명하는 몇 가지 이론이 등장한 바 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자폐증 유병률에 대한 연구가 늘어남으로 인해 자폐증 진단 사례도 함께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연구를 안 했거나 자폐증에 대해 몰랐다면, 예전처럼 10,000명당 1명 이하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의 주장은 자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증상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대되었고 ASD를 진단하는 기준도 확장되어 자폐증 증세도 가진 정신지체아들이 ASD로 진단을 받고 있으며, 진단 연령도 낮아진 것이 전체 유병률을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럼 앞으로 더 이상 ASD 진단율이 증가하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폐증의 진단기준이 시간에 따라 바뀌어 온 것은 사실이다. 1952년 카너가 정의한 좁은 의미 자폐증은 '조발성 정신분열증(early-onset schizophrenia)'으로 불렸다가 1980년에는 '유아기 자폐증(infantile autism)'으로 1987년에는 '자폐증 장애(autism disorder)'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과거 10년 동안 자폐증은 자폐성 장애, 아스퍼거스 증후군 및 관련 상태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명칭인 ASD라는 이름으로 보다 넓은 범위의 의사소통 장애, 제한적인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 사회성 상호관계 장애를 기술하는데 사용되어 왔다. 또한 자폐증 진단은 주관적이다. 일반적으로 사회활동에 필요한 기술은 매우 다양하고 자폐증과 관련된 행동도 마찬가지다. 자발적인 눈 맞춤을 할 수 없거나 부족한 경우 의학적으로 자폐증 진단을 받을 정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가? 한편으로는 부모들의 자폐증 진단을 받고자 하는 열망이 반영된 결과로 증가하기도 한다. 자폐증 진단으로 받는 오명(stigma)에 따르는 공적 지원이 그 상처를 초과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차피 장애라고 판정받을 거라면, 차라리 중증 자폐증으로 진단받고 관련 혜택을 누리겠다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 DC 조지 워싱턴 대학의 인류학자 리처드 그린커(Richard Grinker)는 자폐증을 위한 진단 자체가 변경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증상의 집합을 규정하는 체계가 진단이고 그 체계는 특정 시점에 특정 사회집단, 특정 보건행정 및 교육 시스템에 적용되는 것으로 사회집단이 바뀌면 함께 바뀌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이것이 바로 2011년에 발표된 한국에서의 유병률이 유독 높게 나온 이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는 장애아라는 오명이 따라다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을 일반적으로 꺼려 왔다. 하지만 최근 일산에서 비밀 보장 하에 수행된 조사에서는 이 경향이 바뀌어 자폐증에 관한 정보를 환영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되었다. 이 연구는 1993년에서 1999년 사이에 태어난 55,00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선별 검사를 수행한 것으로 그 결과 ASD 유병률이 38명 중에 1명꼴(거의 한 반에 한 명은 자폐성 장애아가 있다는 말이다!)로 나타났다. 그린커는 이 결과가 과다 예측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연구팀이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말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ASD 유병률이 항상 이처럼 높은 수준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영국 레이세스터(Leicester) 대학의 정신과 의사 테리 브루가(Terry Brugha)가 주도한 연구에서는 성인 중에 자폐증을 가진 사람을 조사하여 과거의 자폐증 유병률을 추정했다. 연구팀은 잉글랜드에서 7,000가구를 넘게 방문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으며, 성인 인구에서 자폐증 유병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1,000명 중에 9.8명꼴로 나타나 미국 아동에서 나타난 유병률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그림 2. 원인별 자폐증 유병률

그럼에도 자폐증 유병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환경적인 요인에 최근 급증을 설명할 수 있는 모종의 결정적인 단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사회학자 피터 베어먼(Peter Bearman)은 사회적 요인이 얼마나 작용했는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거의 5백만 건에 달하는 출생기록과 주정부 발달서비스부의 자료 20,000건을 분석하여 진단과 관련된 사회적 요인을 찾으려 했다. 그 결과 25% 정도가 과거에는 순전히 정신지체로 진단되었을 경우를 뜻하는 "증가한 진단(diagnostic  accretion)"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15%는 자폐증에 대한 인식 증가로, 4%는 특정 지역(할리우드 인근)에서 증가, 10%는 나이 많은 부모로 인한 노산의 증가 등에 따른 사회적 요인이 원인으로 드러났다.[4]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여전히 46%에 달하는 자폐증 유병률의 원인을 밝힐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왜 자폐증은 계속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1. http://www.autismdailynewscast.com/warning-half-of-all-children-will-have-autism-by-2025/12873/laurel-joss/

2. http://www.cdc.gov/ncbddd/autism/data.html

3. http://readingroom.mindspec.org/?page_id=6523

4. http://www.nature.com/news/2011/111102/full/479022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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