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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Nov 14. 2019

드라이브를 좋아하시나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난 운전이 너무 싫다. 출퇴근이나 불가피한 곳을 제외하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사례를 하고 남의 차를 얻어 탄다.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가끔 운전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더라. 지인인 어느 부부는 부부가 모두 운전을 좋아해서 어디 멀리 교외로 나갈 때면 서로 운전대를 잡겠다고 싸우기도 한다고 해서 속으로 미쳤다 했다.


 난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경험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으니까 모두 다는 아니고 대부분 싫어하는 것으로 해두자.


 내가 운전을 싫어하는 이유는 피곤하다. 정신적인 노동강도가 매우 강하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오는 순간 도로 위는 정글이다. 약육강식의 세계로 보인다. 차들은 모두 영혼이 없는 기계이고 복잡한 부품들의 집합이다. 하지만 도로 위의 차는 개성이 보이고 성격도 있다. 점잖게 가는 어느 세단은 매너 있는 어르신 같고 지그재그 칼치기를 하는 어느 SUV는 도로 위의 하이에나 같다.  플라스틱과 강철의 화합물인 차가 영혼이 있는 유기체로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도로 위의 차들은 감정이 있고 개성도 있다. 다른 이를 무시하고 짜증내고, 화도 내며, 약삭빠르고, 대담하며, 주눅 들어 있고 슬픔을 보이기도 한다. 갑자기 끼어들어 뒤차를 놀라게 한 차의 미안함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겉보기엔 그냥 끼어든 차이지만 그 뒤꽁무니에 미안한 감정이 드러나있다. 그런 감정이 드러난 차라면 순간 놀라고 화난 감정이 수그러들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막무가내이며 뻔뻔하다. 운전하다 보면 얼굴이 안 보인다고 어떻게 저렇게 운전을 할까 싶은 사람도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상대 차의 행태가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이 들 때 그것은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서로 감정이 격해지고 엎치락뒤치락할 때도 있다. 그러다 나보다 대담한 상대가 쌩하니 비웃기라도 하듯 앞서가 뒤쫓을 수조차 없거나 신호에 걸려서 멈추거나 이성의 끈이 나를 붙잡으면 "이게 뭔 짓인가" 싶어 알량한 자존심 싸움을 그만둔다. 그러면 상대도 머쓱해져서 저 앞에서 다시 교통의 흐름대로 선량한 운전자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에 따라 차들의 개성과 행태가 다른 곳도 있다. 특정 지역에 가면 왜 이렇게 끼어들기가 잦고 뒷 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지 너무 불안하고 더 신경이 쓰여 그 지역에서 운전하기가 더욱 힘들다. 또 경험상 특정 차량의 행태가 유별난 것도 있다. 나만 느끼는 줄 알았는데 자동차 관련 사이트나 관련 기사에 보면 꽤 많은 경험담과 증언들이 있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흰색 K0는 과학이다"라는 말도 하고 대형 SUV 인 "축제는 빼박이다"라는 말도 있다. 차종을 떠나서 나 말고 많은 사람이 특정 차종에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 재밌었다.  


 특히 지금은 덜하지만 외산차들의 안하무인적 행태는 신문기사에도 나올 정도였다. 값비싼 차와의 접촉사고는 보험의 유무와 상관없이 피해자일지라도 금전적인 손실이 어마어마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부터도 외제차의 접근이 꺼려진다. 물론 일부러 피하거나 너무 설설 기면 너무 없어 보이기 때문에 티 나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외제차들이 많이 대중화되어 흔하게 보여 신경이 쓰이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평소에 사람 좋기로 유명한 동료 직원이 있다. 말수도 없고 사람이 이렇게 착할 수 있나 싶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인가 차를 얻어 탔는데 이건 뭐 공도의 레이서였다. 운전 스타일이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과속에 칼치기에 다른 운전자와의 다툼에 너무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평소에 이 사람이라고 왜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동안 쌓아두던 화를 운전으로 풀어내나 싶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더 난폭한 운전자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난폭한 운전자도 평소에는 법 없이도 살 사람, 사랑받는 가장, 또는 인정 많은 동료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목적지를 가는 동안은 세렝게티 초원을 지나는 것과 같다. 내 앞을 가로막는 날쌘 표범도 있고 무법자 사자왕도 있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뱀도 있고 덩치를 믿고 위협하는 코끼리(덤프)와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나무늘보도 있다. 이것들의 위협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이 나를 너무 피곤하게 한다.


 위의 내용은 모두 내 뇌피셜이다. 상대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지만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일 수 있다. 어쨌든 나는 운전이 피곤하다. 세상이 그렇게 빨리 변한다는 데 자율 주행은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지. 나는 그날만 기다리고 있다. 스티브 잡스로 인해 스마트 폰이 순식간에 우리 사회를 점령했듯이 자율주행에 귀인이 나타나 우리가 어버버 하는 순간에 자율주행의 세계로 인도하는 그날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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