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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민 Jan 14. 2022

12. 달리기를 그만뒀다.


지난 11월 말부터 아침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요즘 운동을 너무 안 해서 뭐라도 하자는 마음이었다. 수영장을 가기는 아직 좀 불안했고, 집에서만 하던 요가는 뭔가 지루했다. 야외 활동이 필요했다. 


마침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달리기 채널로 이끌었다. 한동안 보지 않던 채널이었는데 다시 보니 당장이라도 나가서 달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달렸다. 


그다음 날은 나가기가 싫어서 쉬었다. '아, 전문가들이 매일 뛰는 것도 별로라고 했어.'라는 자기 합리화와 함께.


다음날은 뛰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쉬었다. 


그렇게 몇 번 나가다 안 나가다를 반복하며 12월부터는 주 6일을 달렸다. 거의 매일 5km를 뛰었다. 

그러면서 달리기 하면 좋은 점, 매일 달리기를 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달리기를 하면 좋은 이유는, 


1. '달리는 나'를 느끼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처음 며칠은 '내가 달리고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마다 소름이 돋았다. 


2. 두 번째는 몸통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긍정적인 느낌이다. 어딘가 뱃속 깊은 곳에서 이유 모를 긍정적인 힘이 생긴다. 오늘 출근도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일도 잘할 것 같은 기분. 앞으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매일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실제로 브런치에 매일 달리기 일기를 올리기도 했다. 


3. 책상 의자에 앉아 있을 때는 떠오르지 않던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뛰다 서서 폰 메모장에 기록한 적도 몇 번 있다. 그 메모들이 글감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을 달렸다. 






그리고 1월 1일부터 달리지 않았다.


 사람은 참 잘 잊어버린다. 좋은 점이 저렇게 많은데, 다 까먹고 이불속의 안락함을 선택한다. 


연말+새해 파워로 '지금도 편하고 행복한데, 달리기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나를 덮쳤다. 

'그래, 한 달 꾸준히 달렸으면 됐다.' '내 인생에 이런 경험도 참 값지다.'... 등등.


1월 8일쯤 됐을 때, 문득 '그래도 한 달이나 꾸준히 달렸는데, 멈추기 아깝다..' 하는 생각이 스쳤다. 

9일.. '아 다리 근육도 이제 생기기 시작했는데..', '5km 뛰는 건 금방인데..' 

10일, '내일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일어나자마자 옷을 챙겨 입어야겠다.' 


11일, 오늘 다시 나갔다. 지난 3일보다 날씨는 추워졌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옷을 입고 나가서 달렸다. 


역시 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운동화만 신고 현관문을 열면 되는 것이었다. 

멈추지 말아야 한다. 


내가 알게 된 매일 달리는 방법도 이것이다. 멈추지 말기. 아무 생각하지 않기. 

ㄴ그냥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기다. 


오늘 한 유튜브 채널의'계획 실천 방법' 영상을 봤다. 그 유튜버는 말했다. 

"굴러가는 공은 살짝만 밀어도 잘 굴러 가지만, 멈춘 공은 다시 밀려면 더 힘들다." 

그리고 '아, 나도 계속 굴러가야 하는구나, 구르는 공이 되자.'라고 생각했다. 


 책도 몇 권 읽다 보면 꼭 '이 정도면 됐다.' 하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도 '책을 조금 더 읽어야 쓸 수 있지 않을까? 이것보단 잘 써야 누구라도 보여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르려다가도 금방 멈추곤 했다. 


 작은 눈 뭉치라도 일단 "굴려야" 눈사람을 만들 수 있겠구나 싶다. 처음엔 당연히 잘 굴러가지도 않고,

 여기저기 모난 눈 덩어리 일 수도 있다. 그래도 굴려야 움푹 팬 곳이 채워진다. 

작더라도 동글동글한 공이 될 수 있다. 


지난 30일의 달리기는 눈을 뭉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동글동글한 눈 뭉치가 되어 멈추지 말고 굴러야지. 눈덩이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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