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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민 Mar 31. 2023

정원의 쓸모

6:00

 아니.. 왜 새벽에 눈이 떠지는지.

더 자고 싶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숙면의 모든 것'을 읽고 난 그날부터,

내 수면시간에 맞게 자려고 일부러 알람도 끄고 잔다. 

그런데 새벽에 눈이 떠졌다.

 

아무튼 일어나서 요가를 한다. 

오랜만에 어두운 거실에서 요가다. 

겨울 오전 6시의 어둠과는 차이가 있다. 

벌써 해가 떠오를 준비를 하는 하늘이라 어둠의 농도가 옅다. 

옅은 어둠 속에 스탠드를 켜고 그 아래 식물을 보면서 호흡을 한다. 

 


'정원의 쓸모'라는 책을 빌렸다. 

예쁜 표지와는 달리 아직 재미는 없다.

 내용도 한눈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 

특히 야외 정원에 집중된 이야기라 부럽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공감이 힘들었다. 

실내에서 작은 화분에 식물을 키우다 보니,

책에서 말하는 역동적인 자연은 아직 잘 모르겠다. 

 줄곧 이야기하는 내용은 자연의 치유의 힘이다. 

그 부분은 공감한다. 


제법 많은 식물을 키운 지 3개월이 넘어간다. 

다행히 아직 죽은 식물은 없고, (죽다 살아난 식물은 몇 있음) 

다들, 당연히도 봄이 온 것을 느끼며 새순을 돋아내고 있다. 

 크고 작은 식물의 새 잎을 보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리고 생각해 본 내 '거실정원의 쓸모'


 식물이 예뻐서 좋았다. 

그래서 하나 둘 관심이 가게 되었고, 생각보다 저렴해서 사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있었다. 

그게 아마 소비욕구도 충족시켜 준 게 아닐까 싶다. 

요즘은 다행히 사고 싶은 걸 거의 다 사서, 자주 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식물에 관심이 꺼지지 않는 것은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하루를 주면 하루 온종일 식물만 볼 수도 있다. 


매일 보는 식물이지만 매일 새롭다. 매일 같은 모습인데 다르다.

미세한 변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새순이 움트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자연의 신비 같은 것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 

새로 데려온 식물이 우리 집에 적응해서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 아주 뿌듯하다. 

 꽃이라도 피면 그 신기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집에서 핀 꽃의 향기를 맡는 기분. 식물 키우기의 묘미랄까. 


아무 말이 없는 식물들에 안정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피드백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이렇게 조용한 친구는 또 다른 치유다. 

제각각의 속도에 맞춰 쑥쑥 자라기도 하고, 천천히 자라다말다를 반복하는 식물도 있다. 

성격 급한 내가 그 속도에 맞춰 식물을 살피려니 조금은 지루할 때가 있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식물은 늘 제 속도로 자란다. 

그것도 힐링포인트.


나에게 온 식물들이 우리 집 거실에서 나와 함께, 우리와 함께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나의 거실정원의 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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