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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Apr 21. 2018

37 사해 : 소금의 바다

세계일주 35일차, 요르단 여행 5일차

요르단

5일차

아카바&사해(Dead Sea)


사막의 아침은 굉장히 건조했다. 추울 것만 걱정했었는데 극강의 건조함은 정말 예상외의 복병이었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야 쩍쩍 갈라질 것만 같던 속이 괜찮아졌다. 다소 초췌했고, 씻지 못해 조금 찝찝했지만 역시 꽤나 인상적인 하룻밤이었다. 우리와 함께 했던 가이드 압둘라는 로버트와 또다시 하이킹을 떠났고 우리는 그의 동생 차를 타고 다시 럼 빌리지로 돌아왔다.


마을에 돌아오자마자 하루 동안 세워놨던 우리 자동차를 찾았다. 뭐가 그리도 이렇게 반가웠는지. 그래, 아무리 사막이 좋아도 나는 문명이 좋다. 잠시 인터넷 삼매경에 빠졌지만 또 길을 떠나야 했다. 차가운 사막의 밤이슬을 맞아서 잠깐 맛이 갔는지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지만 예열을 해주니 금방 정상으로 돌아왔다. 잘 있어라, 와디럼.


다음 목적지인 사해로 향하기 전에 기름도 넣을 겸, 이른 점심도 해결할 겸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요르단 유일의 항만도시 아카바(Aqaba)로 향했다. 요르단은 원래 모든 면이 땅으로 막혀있는 나라였는데 항구 도시를 얻기 위해 사우디와 땅을 교환했고 홍해에 인접해 있는 아카바를 얻었다. 공교롭게도 사우디에게 건네준 땅에서 유전이 발견됐고 요르단은 중동국가 중에 드물게 유전이 나지 않는 나라로 전락해버렸다. 물론 요르단 정부는 항구를 얻은 것에 크게 만족했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땅을 교환하지 않았다면 요르단도 지금 유전으로 오일머니 좀 만지는 나라가 됐을까.


요르단은 아카바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개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던데, 그래서인지 도시에 들어가는데도 검문이 유독 심했다. 특히 들어갈 때는 별다른 검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도시를 나갈 때 트렁크까지 확인하면서 굉장히 철저히 조사했다. 아카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뿐더러 바로 건너편에 이스라엘이 보이는 국경지대라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더 경계를 강화하는 것 같았다. 이스라엘과는 뛰어서도 넘어갈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 붙어있다. 북한과의 경계 때문에 나라 간의 국경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상당히 생경한 경험이었다.


유일의 해안 도시인 만큼 아카바는 경제특구임과 동시에 휴양도시다. 중심부 해안까지 가지도 않았는데도 휴양도시임이 도시 초입부터 확 느껴졌다. 우리가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던 맥도날드만 해도 뭔가 굉장히 그런 느낌이었는데, 기분탓이려나.

아카바의 맥도날드. 오랜만에 만나는 현대문명의 흔적이라 더 반가웠다.

점심을 먹은 뒤 기름도 빠르게 채우고 목적지를 향해 다시 북상했다. 이스라엘 땅을 바라보며 사막의 메마른 길을 따라 계속해서 북상했다. 드디어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막 한가운데에 외롭게 떠있는, 아니 가라앉아 있는 바다 하나, 사해(Dead Sea)에 도착했다. 사해는 엄밀히 말하면 호수인데 바다가 마르면서 염분이 그대로 남아 염도가 특히 높은 호수가 됐다. 우리가 달려왔던 넓은 사막 지대가 원래는 사해와 홍해를 연결하던 바다였던 셈이다. 그런데 정말 어찌나 넓은지 바다라고 해도 모를 것 같다. 바다가 말라 호수가 됐기 때문에 특이하게도 수면이 해발 마이너스 약 400미터다. 이 때문에 사해는 상대적으로 공기밀도가 높아서 요양하러 오기도 한다고.

호수인지라 파도가 치지는 않는다. 멀리 보이는 땅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여행을 통해서도 사해를 구경할 수 있다.

우리는 리조트들이 몰려있는 사해의 끝자락이 아니라 중간 지점에 있는 숙소를 잡았다. 약간 가격이 비싸긴 했는데 그 리조트를 이용하는 사람들만 독점적으로 해변을 이용할 수 있어서 조용하게 사해를 즐길 수 있었다. 방들이 모두 따로따로 있는 독채라서 모습도 아름다웠다. 간단하게 짐을 놔두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빠르게 바다로 향했다.

숙소 바로 앞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사해의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해안 주변으로 하얗게 띠를 두르고 있는 것은 결정화된 소금이다. 결정화됐기 때문에 꽤 날카로운데 상처가 생기면 소금물 때문에 굉장히 따가우니 주의해야 한다.

사실 처음에는 물에 그냥 뜬다는 게 어떤 건지 잘 감이 안 잡혔었다. 그래서 막연히 구명조끼를 입는 것처럼 뜨지 않을까 상상할 뿐이었는데, 와, 너어어어어무우우우 신기하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실 참 별거 아닌 거라서 굳이 비싼 돈 내고 사해까지 가서 둥둥 떠다니는 걸 해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천만의 말씀, 정말 온전히 이곳에서 밖에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지인들에게 설명할 때의 말을 빌리자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구명조끼를 모두 매달아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냥 풍덩해도 절대로 가라앉지 않고 균형만 잘 맞춘다면 그냥 직립보행하듯 서있어도 전혀 가라앉지 않는다. 그 위에서 책을 읽는다는 게 이해가 됐다. 절대로 가라앉지 않는다. 물론 뒤집힐 수는 있지만.

몸이 둥둥 뜨는 경험은 사해가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처음에는 체류시간에 비해 비용이 커서 그냥 넘길까 싶었는데 오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

아, 모든 것이 완벽한 사해에서의 하루 중 유일한 단점은, 방에서 와이파이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터넷 없이 지낸 하루가 언제였냐는 듯이 인터넷을 찾는 현대인이라니.<이어서>

이스라엘 방향으로 넘어가는 노을이 정말 아름답다.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듯 저 너머 이스라엘 땅에도 평화가 물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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