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의 특별한 교육제도
이베이코리아에는 특별한 교육 제도가 있었다. 신규입사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 부천에 있는 고객센터 아웃소싱 회사를 방문해 강의를 듣고 실제 고객 상담 실습을 경험하게 하는 교육이었다.
출근 대신 교육을 들으러 간다는 생각에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한 그 곳은 수백명의 직원분들이 계시는 매우 큰 사무실이었다. 그 고객센터 규모에서 우리의 서비스 지마켓, 옥션, 그리고 G9가 전국민이 사용하는 대규모 서비스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실감났다.
첫 날 수업에서는 고객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주로 어떤 상담 유형이 있는지 등 기본적인 교육이 진행됐다. 그날 수업에서 나는 '강성 고객'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강성 고객이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매우 강하게 표출하거나, 때로는 무리한 요구를 반복적으로 제기하여 응대에 어려움을 주는 고객을 뜻한다.
강사님께서는 실제 강성고객과의 상담전화 녹음본을 몇가지 들려주셨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정확한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사례들이었다.
1. 실수로 잘못된 스펙의 쿠폰이 대량 발급, 사용되어 일괄 주문취소 처리를 하였는데 이에 대해 항의하며 상담원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속어를 퍼붓자 듣고있던 상담원이 충격으로 실신한 사례
2. 추석 선물로 모바일상품권을 구매해 파트너사에 선물했는데 어떠한 이유로 상품권이 정상 사용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파트너사에게 난처하게 되었다며, 금전 보상은 물론 직접 찾아와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사례
일부 강성 고객이 화를 참지 못하고 사무실까지 찾아와 난동을 부리며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이야기는 더욱 경악스러웠다.
강사님께서는 수업을 마치며 이런 당부를 하셨다.
여러분이 진행하시는 업무에 실수가 생기면
이렇게 콜센터 현장의 직원들이
몸으로 그 화살을 받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그 후로 나는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건, 그 규모가 크건 작건 다른 어떤 부서보다 가장 먼저 CS/CX팀에 그 사실을 전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내가 고려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의견을 받고, 놓치는 부분이 없는지 조언을 구한다.
내가 놓치는 요건이 누군가에게 뾰족한 화살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며 기획서의 변수를 꼼꼼히 체크하고, 각 시나리오를 끊임없이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리며 엣지케이스를 찾아내고 기획서를 보완한다.
커머스 회사의 마케팅팀은 매일같이 쿠폰을 발행하고, 앱푸시와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광고 캠페인을 릴리즈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객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마케팅을 하다보면 내가 쓰는 수십억의 돈이 사이버머니처럼 느껴지고, 수백만명의 고객이 게임 캐릭터처럼 느껴지고, 수십만건 발송되는 메시지가 친구와의 카톡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 사실을 한 번씩 되새긴다.
휴대폰 화면 뒤에는 고객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화난 고객의 앞에는 우리의 고객센터 동료가 서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