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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이지우 Jan 31. 2024

나의 미루기의 원인

상담일지 #1, 상담을 시작하다.


 2022년 4월, 내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 떨어진 동네의 작은 개인 상담센터를 찾아갔다. 원래는 2월에 예약을 했었는데 늦잠을 자서 가지 못하는 바람에 미뤄졌다. 그때까지도 나는 무기력증과 우울로 힘들어하고 있어서 생활패턴이 엉망이었다.

 상담센터를 고를 선택지가 적었고, 첫 상담이었기에 기대하지 않았다.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 싶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종합심리검사 임상심리사 선생님부터, 정신과 선생님, 상담 선생님까지. 한 번에 나와 너무 잘 맞는 분들을 만났다. 운이 좋았던 걸까? 이렇게 감사한 분들 덕분에 나는 약을 먹고 상담을 하면서 많이 나아졌다.

 선생님은 첫인상부터 정말 친절하셨고, 지금까지도 많은 것들을 도와주시고 계신다. 일찍 아이를 낳았으면 내 나이었을 것이라며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좋은 방향들을 제시해 주셨다. 상담을 시작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상담을 하면서 나는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을 남겼다. 그 기록을 조금씩 수정하여 날 것 그대로 담아보려고 한다. 





 2022년 5월 20일, 5회기 심리 상담을 다녀왔다. 선생님은 내가 견딜 수 있는 압박을 받으면 마지못해 하지만 그 이상은 회피하는 거 같다고 지난 상담에서 말씀하셨었고, 배드민턴 다시 나가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는데 나를 도와주려는 언니의 연락이 부담스러워져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선생님은 내가 아직 20살 초반이고 고등학교 갓 졸업한 나이인데 아직 당연히 미숙하고 배워가는 단계라고 하셨다. 스스로를 막 몰아가지 말자고 하셨다. 강박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내가 강박장애가 맞는구나, 싶었던 옛날 일기 중 일부. 이 문장이 내가 강박적이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이날의 일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에겐 모든 날들이 그랬었다. 선생님은 내 주변에 너그러운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자기 스스로가 자신에게 너그러운 타인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과 강박에 대해 상담하고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생각의 전환이 빨라서 미루게 된다는 사실을 선생님을 통해 깨달았다. 정확하게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데 문제 해결 방안까지 가지 못하고, 어떡하지? 에서 끝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르고 행동하기 전에 다른 생각으로 흘러가버린다. 강박도 있고 행동 마비로 인해 시작을 하지 못하니 당연히 미루게 된다. 주의력도 부족하고 생각도 짧아진다. 내가 유독 생각이 짧았던 이유가 이거였다니… 보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남들이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지 않아?"라고 한 후에 "아, 그러네!" 깨달은 적이 많았다. 내가 멍청하고 상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생각의 전환이 빠르다는 게 ADHD 증상 중 하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 적용되고 있을 줄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강박 증상까지 있으니 (완벽주의, 강박사고) 마무리하지 않은 일들이 머릿속에서 물음표처럼 떠다니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미루고, 게으른 사람이 되고 마는 거였다.


 선생님은 몇 가지 연습할 것을 알려주셨다!     

1. 한 가지 일을 마무리할 할 때까지 그것만 생각하기.(문제 해결 방안 실천)

2. 투두 리스트 만들어서 우선순위 정하기

3. 모든 일을 한 번에 하지 않기 (하루 한 가지만 해도 잘한 것)


 생각의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창의적이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모든 ADHD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각을 끝까지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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