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일지 #2
상담선생님 : 지우 씨의 강박과 불안이 어디서 오는 것 같아요?
나 : 음... 가정환경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아빠가 알코올중독인 거 같아요. 엄마는 ADHD 이신 거 같아요. 정리를 못하시고 아침에 준비가 늦게 하셔서 아빠가 술 먹으면 그거에 대해 욕설을 하면서 화를 냈어요. 직장 동료나 친인척에 대해서 하소연할 때도 있었고요. 엄마도 저도 힘들어서 외할머니 댁에서 자고 온 적도 많았어요. 엄마랑 같은 방을 썼기 때문에 제 생활이란 게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기숙사를 들어갔고요.
상담선생님 : 아이고... 힘들었겠어요. 아버지가 술 안 먹을 때는 괜찮으시고요. (네) 술 먹고 취해서 사람이 바뀌는 게 아니에요. 평소에도 원래 잘 화내고 그러는 사람인 거예요. 다만 술을 먹고 표출되는 거죠. 아버지도 쌓인 게 많으신가 봐요.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으셔서 가족을 힘들게 하신 거 같아요. 지금도 술을 많이 드세요?
나 : 지금은 따로 살아서 자주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이제 나이도 있으시니까 술은 조절하신다는 거 같은데 술버릇은 여전하죠.
나 : 생각해 보면 제가 작년에 회사를 다닐 때도 사실 무척 불안해 보였던 거 같아요. 여자 부장님들이 무척 신경 써주셨거든요. 차 타고 5분 거리의 사무실 가는 걸 못해서 길을 알려주실 정도였어요. 저를 부르면 "네?!" 하고 놀라기도 하고 긴장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불안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까 지금까지도 영향을 받는 거 같아요. 약물 치료하면서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까지도 회사에서 상사분들이 쾅! 하고 나가시거나, 한숨 쉬시거나, 기분이 나빠 보이시면 저도 기분이 가라앉고 짜증이 나요.
상담선생님 : 지우 씨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지우 씨가 왜 이렇게 검사도 받고, 병원도 가고, 상담을 하러 왔는지 알 것 같아요. 아빠는 알코올 문제가 있고, 어머니는 ADHD가 있으셔서 적절한 대처를 못하셨을 테고 만약 지우 씨의 ADHD가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에게서 온 거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이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우 씨가 엄청 대견해요. 얼마나 대견해요. 스스로 돈도 벌고, 심리검사도 하고, 병원도 가고 이렇게 상담도 하러 왔잖아요. 모닝콜하는 것도 엄청 잘했고. 지우 씨 모닝콜 덕분에 아침마다 잘 일어나고 있어요.
상담선생님: 약물이랑 상담치료가 도움이 되는 거 같아 다행이에요. (강박장애는 치료가 굉장히 오래 걸림) 이제 불안과 강박행동이 문제인데...
나 : 맞아요, 지금은 컨디션이 좋지만 아직 강박사고가 남아있고 언제 다시 불안할지 막연하게 두렵더라고요. 다시 사람 많은 곳에 가게 되면 시선을 의식하고 불안할까 봐요.
상담선생님: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이런 2차 불안을 잡아야 해요. 그래서 지우 씨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해요. 다시 말하지만 지우 씨 정말 대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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