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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이지우 Feb 21. 2024

프랑스 여행을 가는 것이 기대가 되지 않았다

여행에 관심이 없었던 ADHD

 2023년 가을, 친언니가 프랑스에 가자고 했다. 언니는 무려 100만 원을 내주겠다고 했고, 돈도 빌려준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사실 여행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프랑스가 꼭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모든 계획을 언니에게 맡기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여행을 다녀오니 후회가 됐다. 직접 계획을 짜지 않았으니 내가 가는 곳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재미도 덜 한 것 같았다. 언니에게도 미안했다. 나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았다.


 우울증이 심했을 때는 어떤 것에도 기대가 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의미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주 어릴 적에는 분명히 의욕적이던 내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만큼의 의욕이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는 게 너무 아쉽고 슬펐다. 우울증이 나아진다고 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어릴 적 그 의욕은 다시 생기지 않았다. 기대를 내려놓고 산 버릇이, 나를 아래로 아래로 끌고 내려간다.


 가족에게 신경질적이고, 짜증을 자주 냈다. 엄마 아빠를 보기만 해도 내 안의 무언가가  끊어 넘치는 기분에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가족과 거리를 두고 싶었다. 나를 완전히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은 나에게 늘 혼란스러운 존재였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재미가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싶어 모임에 참여했지만 늘 피곤하고 무기력했다. 괜히 친구의 말을 꼬아서 듣기도 했다.


  정신과 약을 먹고 나서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줄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삶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싶을 정도로. 편안해서 불안하기도 했다. 나아갈 길은 한참 남았는데, 어느 정도 왔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 언제 우울과 불안이 나를 덮칠지 몰라서 두렵지만 그럼에도 치료를 멈추지 않고 꾸준히 상담을 다니는 것은 나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상담선생님은 내게 삶의 본능이 강하다고 하셨다.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을 살고 싶기에 무기력하고 죽을 것 같아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런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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