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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이지우 Feb 21. 2024

내가 ADHD인지, ADHD가 나인지

증상과 성격을 구분하기 힘들다

 ADHD로 살면서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증상과 나의 성격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어디까지가 증상이고, 어디부터가 나인지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증상은 나의 일부가 되어서 구분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에게 영향을 주는 증상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의 전환이 빠르다.

충동조절이 안된다.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한다.

미래 동기가 부족하다.

실행이 잘 안 된다.

늘 불안, 강박, 초조함을 느낀다.


 어떻게든 열심히 계획을 세우지만 생각의 전환이 빨라서 주의가 쉽게 분산되고 딴짓을 하기 일쑤다. 정작 필요한 일들을 실행하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동기도 쉽게 잊혀서 내가 뭘 원했지? 뭘 하려고 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머릿속이 하얗다. 충동조절이 잘 안 되고 불안해서 늘 뭔가 먹거나 하거나 자거나 움직여야 하고 결국 과소비를 하고 살이 찐다. 그로 인해 우울과 불안이 따른다.


 그럼 나의 진짜 성격은 무엇일까? 나는 늘 ADHD로 인해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사실 나는 계획을 좋아하고 관심사에 관해서는 꼼꼼하며 깔끔 떠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냥 게으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치료를 시작한 후, 증상과 나를 분리하면서 나에 대해서 더 탐구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직도 솔직히 뭐가 증상이고, 뭐가 나의 성격인지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온전히 모든 것을 자책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약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실행 하나 못한다는 것이. 그러나 나는 늘 나 자신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언젠가 약을 끊을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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