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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이지우 Feb 21. 2024

너 레즈야? 아니 나 바이인데.

ADHD와 성소수자로 살아가기

 나는 어릴 때부터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 그런 장르의 만화나 소설을 즐겨 읽기도 했었다. 그러다 문득, 여자로서 여자를 사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 만에 양성애자라고 정의했다. 세상이 성소수자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커밍이웃도 충동적이고 생각 없이 했다. 가족에게 1년도 되지 않아 다 말해버린 것이다.


 언니에게는 오픈채팅방 하는 것을 들켰는데 "너 레즈야?"라고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아니 나 바인데?"라고 대답을 했고,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몇 년 동안 굿굿하게 여자를 만났고 언니는 여자를 만나는 게 더 안심이 된다는 말까지 했다. 엄마에게도 집에 가는 길에 여자를 만난다고 말을 했다. 엄마는 한탄을 하시긴 했지만, 나와 잘 지내주었고, 몇 년 후 엄마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하면 잘됐네~ 대답하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 커밍아웃했을 때 언니는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도 이야기했고, 안 만나봐서 그렇다고도 얘기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반박했고 굿굿하게 동성을 만나며 인정받았다. 보통의 가족들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고, 잘못하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 도 있는 상황인데 나의 가족들이 나를 받아준 것은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 관심이 없고 충동적이었던 부분이 ADHD의 영향을 받았던 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의 삶이 ADHD 증상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것도 많지만, "나"를 잃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정신과도 가게 되었고 상담도 다니게 된 것 아닐까? 나는 나를 양성애자로 정의를 내린 것처럼 ADHD 뿐만 아닌 많은 정체성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것들은 나의 고유성일 것이니 앞으로도 잘 지키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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