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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Oct 24. 2021

Day 23 보롬왓, 머체왓 숲길

한장요약: 인공미와 자연미, 비교 체험 극과 극


억새 구경은 억수로 한 10월의 제주.

뽀얀 메밀밭과 빨갛고 노오란 맨드라미 사진에 홀려 오늘은 꽃구경을 가기로 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보롬왓에 입장을 하고 먼저 온실을 구경한다.

플로리다에서는 온 천지 큰 나무마다 치렁치렁 지저분하게 늘어져있던 스패니쉬 모스가 이곳에서는 예쁘게 차려입고 귀한 대접을 받는 걸 보니 참 신기하다.

정말 Instagramable한 포토존을 곳곳에 아주 잘 차려놓았다.

(역시 요즘의 마케팅은 SNS, 그중에서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듯)

메밀 베개와 핸드크림 등 각종 유혹이 많았지만 눈 딱 감고 지나간다.


온실 밖으로 나서니 아주 너른 들판이 구획별로 잘 가꾸어져 있다.

공유가 몇 송이 꺾어갔을 것 같은 메밀꽃밭 옆에 새빨갛고 노오란 맨드라미. 그 뒤로 초록초록한 오름들과 파아란 하늘.

모든 색이 선명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 어우러짐 또한 조화롭다.

야외 공간에도 곳곳의 포토스팟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다 둘러볼 무렵엔 점심을 먹고 온 듯한 사람들이 더 몰려오길래 지난번에 1인이라 먹지 못했던 새알 팥죽을 위해 옛날팥죽으로 이동한다.

여전히 진한 국물과 알맞게 잘 익은 쫀득한 새알에 바닥까지 긁어가며 든든히 속을 채운다.


윗세오름과 거문오름 이후 어제 하루 가볍게 쉬고 오늘부터 다시 슬슬 트레킹을 시작한다 (기다려라 백록담!).

오늘은 그동안 지나는 길에 자주 보이던 머체왓숲길로!

짧은 코스인 머체왓숲길은 휴식년이라 쉬는 중이고, 2시간 코스인 소롱콧길을 둘러보기로 한다.

입구의 느영나영 나무 아래 조롱말 두 마리가 물씬 제주의 운치를 더해준다.

소롱콧길은 대부분 평탄하고 초반에는 야자매트도 잘 깔려있어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트레킹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알려진 사려니 숲길보다 훨씬 좋았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트레킹하는 코스 자체도 진짜 숲 속의 오솔길을 걷는 기분으로 편백나무숲도 간간히 지나고 용암석으로 보이는 멋진 돌들 사이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을 따라 서방천을 끼고 걷는 길이 정말 아름다웠다.

(다음에는 오늘 가보지 못한 머체왓숲길도 걷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잠시 중단된 편백숲멍도 해야 하는데 금세 유명해져 버릴까 봐 오히려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2시간의 딱 알맞게 적당했던 트레킹을 마치고 오늘의 피날레는 머체왓카페의 족욕 체험!

42도의 뜨끈한 물에 편백나무로 만든 족욕제를 풀어 그동안 고생했던 내 발을 위한 작은 사치를 누려본다.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발가락이 쪼글쪼글해지도록 충분히 피로를 풀어준다.

발을 헹구고 풋크림을 발라주며 마무리.

시원한 민트가 느껴지고 진짜 발이 호강한 느낌이다.

족욕에 한방야생차까지 마시니 온몸에 훈훈함이 감돈다.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꾸며놓은 보롬왓과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최대한 손대지 않고 깃들려 노력한 머체왓숲길.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닿는 대로 아름답고, 자연 본연의 모습은 또 그 자체로 신비하다.

굳이 비교를 하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구를 많이 아프게 하지 않으면서 오래도록 이 두 아름다움을 모두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소망 자체가 인간의 이기심일지도.. (한국 곳곳의 핑크뮬리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보롬왓도 머체왓숲길도 각각의 매력으로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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