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는 우리가 글을 씀으로 인생을 두 번 사는 것과 같다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도 쓰고 나면 특별해지고
지친 하루도 소중한 추억이 된다
지금은 여름 한가운데에 있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온 세상이 바스락거린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살은 내 몸도 바싹 마르게 하는 것 같다
매년 맞는 여름이지만 지난여름과 올여름은 다른 결이다
작년 여름은 뜨거울 겨를이 없었다
더 중한일이 많아 뜨거울 여유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이 뜨거움도 소중해진다
어제오늘 아이를 따라다니며 뜨거움에 녹초가 되어
이 무슨 사서고생 인가 싶었는데
뭔가 쓰고 보니
배부른 어린 아이이 투정 같은 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어도 좋았다
- 을왕리에서 -
20년 만에 다시 간 서해바다
여전히 뜨겁고 여전히 무더웠다
밀물과 썰물
모래밭 사람과 뒤섞인 갈매기
미지의 바닷속 한발 내딛는 아이의 설렘
왁자지껄 젊은 피들의 생기
바닷물 위로 흩날리는 별무더기
모두 그대로였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밀물에 파도 타는 너
갈매기를 쫓는 너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너
지치지도 않고 노는 너
별처럼 둥둥 떠다니는 너
아
좋은 건 좋은 거고
힘든 건 힘든 거다
20년 동안 제일 많이 변한 건 아마
내 체력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