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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청소년의 정체성 혼란과 부모의 지지

다문화청소년, '정체성 혼란'보다 더 시급한 것은 '부모의 동행'이다

by coffeetrip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서현석의 공감다락방])에 두 번째 출연해서 IAM교육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구체적인 융합 프로젝트와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학과 교육학의 융합을 추구하는 필자가 박사학위논문을 비롯해 지금까지 진행했던 연구들의 결과를 어떻게 현실에 구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첫번째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다음은 방송내용을 요약 편집하였다.




다문화청소년, '정체성 혼란'보다 더 시급한 것은 '부모의 동행'이다


다문화청소년을 향한 잘못된 시선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청소년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을 '정체성 혼란'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 연구자의 박사학위 논문(다문화청소년이 지각한 부모 지지와 이중문화수용태도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과 현장 연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다르게 나타났다.


아이들이 겪는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은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부모 세대가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한국 사회의 환경 속에서 충분한 지지와 이해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많은 부모들은 한국어만 잘하면 학교생활 적응이 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아이들은 언어보다 더 깊은 문화적, 심리적 격차를 홀로 감당하고 있다. 부모들이 한국의 교육 제도나 진로 정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진로 지도를 해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모 지지는 아이의 '심리적 기반'이다


부모의 지지는 단순한 조언을 넘어선다.

그것은 아이가 "나는 사랑받고 있다," "내가 가는 길을 믿어주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매우 중요한 심리적 기반이다. 이 기반이 약해질 때,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정보의 부족과 구체적인 진로 지지의 부재

진로에 대한 막연함과 불안 증폭

결국 자신감 결여로 이어짐


더 안타까운 것은, 부모의 사랑과 지지 방식(때로는 잔소리나 압박)이 한국의 학교 문화와 맥락이 달라 아이들이 이를 격려가 아닌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IAM 교육연구소는 바로 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문화적 매개자' 역할을 하고자 한다. 부모가 한국 사회의 환경을 이해하고, 자녀가 부모의 진심을 올바르게 해석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핵심 방향이다.


연구와 실천을 잇는 IAM 교육연구소의 비전


우리 연구소는 연구, 교육, 실천이 하나로 이어져 부모와 자녀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동반 성장 모델'을 지향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동행형 부모 교육'은 단순한 조언이나 지도가 아니다. 부모가 자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믿어주는 '동행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 스스로도 자신이 겪지 못한 한국 사회의 진로 환경을 자녀와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부모가 먼저 배움을 시작하는 순간, 자녀에게는 믿을 수 있는 첫 번째 지지자가 생기게 된다. 현재 우리는 세 가지 대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가고 있다.

다문화 가족 자긍심 프로젝트: 함께 쓰는 역사

미셔너리 키즈(MK) 멘토링 프로젝트 : 해외 선교사 자녀 정체성 멘토링

세대를 넘어 이해와 공존의 길로 프로젝트 : Z/알파 세대를 중심으로 한 온세대 문화 연구


나의 뿌리를 통해 자긍심을 회복하다: 함께 쓰는 역사


이 중 특히 다문화청소년의 자존감 회복에 초점을 맞춘 '함께 쓰는 역사' 프로젝트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다문화청소년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제해결능력과 관계조정능력 같은 사회적 역량이 중요하며, 그 근저에는 반드시 자존감(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존감 회복의 열쇠를 한국의 역사 속에서 찾다


우리가 단일 민족이라 부르지만, 한국의 역사 속에는 이미 서역, 중국, 몽골 등 다양한 뿌리를 가진 가문들이 귀화하여 우리 역사의 큰 족적을 남겼다. 필자 역시 풍천 임씨로, 원나라 제국대장 공주를 수행하여 고려로 들어온 한족 출신 관리의 후손이다.


이처럼 다문화는 외부에서 새로 들어온 개념이 아니라 "이미 우리 DNA 속에 살아 있는 역사적 현실"이다.


'함께 쓰는 역사' 프로젝트는 바로 이 역사적 사실을 오늘의 교육에 연결하는 시도이다. 가족이 함께 가문의 이야기, 가족의 역사를 기록하며 우리도 이 땅의 역사와 함께 해온 존재라는 자긍심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은 한 가족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가 새롭게 써 내려가는 포용과 공존의 역사이기도 하다.


따뜻한 동행의 시작, IAM교육연구소가 전하는 메세지


"다문화청소년의 부모들, 그리고 이들을 지도하는 모든 교사 및 멘토들께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세상이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이야기 안에는 분명 배움과 성장의 씨앗이 있습니다."


"IAM 교육연구소는 이 씨앗이 싹트도록 함께 돕는 동행자가 되고자 합니다. 다문화청소년이 단순히 우리 사회에 적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인공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 여정을 함께 걸어갑시다."



https://youtu.be/4JLLsnM9ACw?si=kMCzH9_tR9clKy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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