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종이 접기만 할 수 있어요

다른 건 너무나도 어려워요

by 김리아

나는 요즘 보드게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사고력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일의 장점은 나와 아이들 모두 재미있게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력 수학이기에 아이들로 하여금 수학적인 부분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내게는 2020년에 한 아이의 7세 후반부터 8세 후반까지 약 1년 동안 돌봄을 했던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찾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금의 일을 찾을 수 있었다. 현재 하는 일을 이어나가며

가끔씩 돌봄을 했던 아이와 만남을 이어가고 아이의 근황을 알게 되곤 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이 아이에게 너무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는 자기에게 어려움이 닥치게 되면 쉽게 무너지고, 울고, 짜증을 낸다. 나와 돌봄을 할 때도 종종 그러곤 했다. 색종이 접기를 하다가 어려움과 맞닥뜨리게 되면 잘 접던 종이를 찢거나 구기고, 잘못 접었다는 생각에 포기하려 하고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다만 모든 면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이 아이는 종이 접기의 어려움을 나와 함께 이겨냈던 경험이 있었다. 실수를 했을 경우 실수해도 괜찮다는 인식과 함께 처음에 하고자 했던 종이접기를 끝까지 해내며 꾸준히 연습을 하곤 했다. 아이게 무엇을 하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고, 꾸준히 연습을 하면 실력이 늘 거라는 말과 함께 아이를 옆에서 지켜봐 주었다. 이 경험으로 아이는 종이 접기라는 분야에서 어려움을 뛰어넘고 스스로 점점 더 어려운 난이도를 택해 종이 접기에 있어서 자신을 확장시켰다.

다만 나의 안타까움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나와의 돌봄을 마친 후 다른 사람과 돌봄을 하게 된 이 아이는 어느샌가 문제가 많은 아이가 되어있었다. 가끔씩 아이들을 보러 가면 점점 더 학습과 멀어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학습의 재미는커녕 전에 잘할 수 있었던 부분까지 못하게 된 아이의 모습이 점점 더 내 눈에 밟혔다. 가끔 볼 때마다 여전히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고 아이의 세상에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유일하게 뛰어넘어본 경험이 종이 접기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나와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어른들의 기준에 의해 문제가 많아진 이 아이를 만나고 온 후 며칠 뒤의 일이었다.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이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로는 학습을 놓아버리게 된 아이가 나와의 수업을 통해 학습에 대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둘째로는 정식으로 구매하면 약 100만 원 가까이하는 교구가 중고로는 10분의 1 가격인 10만 원이면 구매를 할 수 있기에 아이의 부모님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아이가 나와의 시간을 좋아하기에 이 모든 걸 아이의 부모님께 확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었다.


처음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드렸을 때는 어머니의 마음은 굴뚝같으셨지만 선뜻 결정을 하시지는 못하셨다. 가장 큰 이유로는 금액적인 부분이었다. 복잡한 사정을 가진 이 가정은 아이의 조부모님께 이 학습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고 어머니께서는 그 부분이 부담으로 느껴지셨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직접 아이의 조부모님을 뵙게 되었고, 아이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신뢰가 쌓인 나는 마침내 이 아이의 수업을 하게 되었다.


이 아이를 위한 첫 발걸음을 띄게 된 나. 나는 지금 너무나도 설레고 있다.


한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즐겁고, 이 아이가 나를 통해 자신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게 될 거란 확신이 나를 설레게 한다. 나와의 종이접기 시간에서 머물러 있는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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