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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네요 vs 아, 쉽네요

by 괜찮은 작가 imkylim


말하기와 듣기 부분의 듣기 파일을 듣고 있었다.

……

라흐만: 3단계도 여기에서 배울 거예요?

후 엔: 아니요, 집이 멀어서 가까운 데서 공부하기로 했어요.

라흐만: 아, 그래요? 저는 여기에서 계속 공부할 거예요. 아쉽네요.


듣기를 끝내자마자 한 학생이 질문했다.

S: 쉽네요. easy?


잠시 무슨 소리지? 했지만 이내 웃음이 나왔다. 우리도 그렇지만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을 때 내가 아는 표현이 나오면 귀가 번쩍 뜨이며 알아들은 부분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아는 것에 맞춰 다른 것도 이해해 보려 애쓴다. 질문한 학생은 쉽다, 쉬워요, 쉽네요, 이런 표현은 아는 거였다.


T: 아, 쉽네요. 아쉽네요. 달라요. 쉬워요, 쉽네요는 알죠?

S: 네, 알아요.

T: 만약에 선생님이 갑자기 이제 수업 못 해요, 다른 선생님에게 배우세요, 라고 해요. 그러면 여러분 기분이 어때요?

다행히 학생들이 어, 하는 소리를 길게 내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T: 그게 아쉬운 거예요. 아쉬워요. 아쉽네요.

학생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안 아쉬운 학생도 있을지 모르니 다른 예문도 들어주었다.

T: 같이 일하던 친구가 고향 집으로 돌아가요. 이제 못 만나요. 그러면 어때요?

S: 아쉬워요.

T: 과자를 하나 먹었어요. 더 먹고 싶은데 없어요. 어때요?

S: 아쉬워요.


가나다라를 칠판에 쓰고 다시 물었다.

T: 이건 어때요?

S: 쉬워요.

T: 그렇죠? 쉬워요. 가나다라는 쉽네요.

학생들이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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