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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작가 imkylim Dec 03. 2024

스리랑카와 우리

  나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수업 첫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이름과 고향 소개를 시키곤 한다. 그리고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위두니에게 이렇게 물었다. 스리랑카는 실론티가 유명하지요? 그때 위두니는 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었다. 한국인인 내가 자신의 고향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어서 놀랍고 기쁜 모양이었다. 그래서일까. 며칠 전 내게 고향에서 가져온 차를 수줍게 내밀었다.


  위두니에게서 받은 생강 섞인 실론티를 마시며 생각했다.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 실론이라 불렸던 나라, 명절에는 쌀과 코코넛밀크를 넣어 만든 키리바트를 먹는 나라, 우리와 비슷한 점이 있는 나라, 스리랑카를.


  수업 시간에 한국의 ‘우리’ 문화를 소개하면서 혹시 고향에서도 한국과 비슷하게 ‘우리’를 쓰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잉글랜드에서 온 학생은 우리 학교, 우리 회사, 그런 표현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개의 나라에서는 예를 들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끼리는 우리 학교,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 학교는 안 된다고. 중국에서 온 학생은 이렇게 이야기하며 ‘우리’라는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편과 이야기할 때 우리 딸, 괜찮아요. 다른 남자한테 우리 딸, 큰일 나요.”


  ‘우리’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나라는 역시 한국뿐이구나, 하고 생각하려던 찰나, 스리랑카와 콩고에서 온 학생이 말했다. 우리 회사, 우리 학교뿐 아니라 고향에서도 한국의 우리 딸, 우리 남편, 우리집처럼 말한다고. 나는 놀라서 재차 질문했다.


  그 뒤로 다른 반의 스리랑카 학생에게도 물었는데 똑같은 답이 돌아왔다. 다만 콩고 학생은 단 한 명뿐이라서 더 묻지 못했다. 다시금 확인하고 싶은 것은 내가 가르치는 외국인들이 한국어에 아직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듣긴 들었으되 확신하기 어렵다고나 할까. 아무튼 지금까지 ‘우리’에 관해 물어본 스리랑카 학생은 네 명인데 그들 모두 한국의 우리와 고향의 우리가 똑같다고 했다. 왜 스리랑카가 우리처럼 우리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지 나로서는 전혀 짐작할 수가 없어서 무척 아쉽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올해 내가 가르친 칠십여 명 학생의 국적은 필리핀,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튀니지, 아일랜드, 콩고, 태국, 중국, 그리스, 모로코, 러시아.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의 외국에 관한 관심은 미국이나 일본 등 일부 나라에 집중되어 있지만 다른 문화로까지 시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니, 필요를 넘어서 그건 꽤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집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신기하고(wow!) 홍차와 생강차를 섞어 마실 생각을 안 했지만 생강이 섞인 홍차 또한 꽤 괜찮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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