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몸을 웅크리게 만드는 찬 바람을 이기려면 목과 귀를 사수하는 것이 옷 껴입기만큼이나 중요하지요. 그런데 목에 두르는 건 목도리, 귀를 감싸는 건 뭐라고 부르나요? 귀덮개? 귀싸개? 귀마개? 귀도리?
* 귀덮개: 겨울 모자에서 귀를 가리도록 된 부분.
* 귀싸개: ‘귀마개’의 충청도 방언.
* 귀마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하거나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귀를 막는 물건,
귀가 시리지 않도록 귀를 덮는 물건. 보통 털가죽 따위로 만든다.
* 귀도리: ‘귀마개’의 전남 방언.
사전적 의미로 보아 귀덮개는 모자에 붙은 부속품이니 제쳐두고 귀싸개, 귀마개, 귀도리를 보겠습니다. 제가 찾는 표현에 맞는 건 귀마개고 귀싸개와 귀도리는 방언이네요.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응당 표준어를 감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귀도리를 방언으로만 치부하자니 너무나 아쉽습니다. 솔직히 저는 귀싸개, 귀마개, 귀도리 중에 귀도리에 가장 정이 가요. 귀도리는 윗도리, 아랫도리, 목도리에서 ‘도리’를 빌려온 듯 감각적인 신조어처럼 느껴지거든요. 귀도리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목에 두르는 부드럽고 포근한 목도리와 짝이 되어도 좋지 않을까요? ‘토시’가 원래는 팔뚝에 끼는 물건이었지만 방한용 손토시, 다리토시로까지 확장된 예가 있으니 목도리, 귀도리가 안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귀마개라는 낱말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귀마개의 ‘마개’는 포도주병의 코르크처럼 병의 입구나 구멍 따위에 끼워서 막는 물건을 말합니다. 소음이나 물의 유입을 막기 위해 귓구멍에 꽉 끼우는 귀마개는 사전적 의미와도 딱 맞지요. 하지만 귀가 시리지 않도록 하는 물건까지 귀마개라고 하면 마개 의미가 헐거워집니다. 방한용품 귀마개 하나를 추가해서 마개의 본뜻을 흐리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모르겠어요.
추운 날 우리는 두툼한 이불을 덮고, 아기는 포대기에 싸죠. 찬바람은 창문을 닫아 막습니다. 외출할 땐 외투를 입고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릅니다. 차가운 바람에 귀가 시릴 때는 어떻게 할까요? 저는 귀를 틀어막는 귀마개보다 귀를 보드랍고 넓게 감싸는 귀도리를 하고 싶습니다. ‘막다’에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는 느낌이 있다면, ‘두르다’에는 감싸 보호하는 따듯한 느낌이 있으니까요. 겨울에는 포근한 감성도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저만 귀도리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닌 듯합니다. 쇼핑몰에도 귀마개라는 딱딱한 이름보다 귀도리라는 다정한 이름이 자주 보입니다. 사전에서는 방언의 꼬리표를 달고 있을지언정, 우리네 일상에서는 이미 겨울의 온기를 담당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모양입니다. 사실 귀도리가 방언이면 어떤가요. 방언은 표준어가 아닐 뿐,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드러내는 우리말의 또 다른 옷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