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것이 우리 인연의 전부

by 키르히아이스


눈을 뜨고

세상의 작은 곳을

아름답게 주시하는

당신이

나의 곁을 스쳐갑니다.


누구에게서 받은

행복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을 내게 자랑한데도

나는 그저 웃을 뿐입니다.


마지막이 필요한 이유조차

설명할 수 없는 나의

처지를

커다란 눈 가득히

나를 담아버린

당신을 향해

대답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사람의 향기는

내겐 너무 지독한 것입니다.


정신을 앗아갈 만큼

다른 향기를 맡을 수 없을 만큼

진한 것입니다.


내가 아니란 걸

알아버린 지금도

당신에겐

담담할 수 없군요.


왜 말 못 하느냐고

묻겠지요


나를 선택해 달라고

말하기보다

이 순간 당신에게

선택 뒤에 남을

죄책감도 주고 싶지

않은 탓입니다.


조금만 지나면 우리의

고민들은 시간 속에 묻혀

젊은 날의 흔한 질문이 되어버리겠죠.


난 당신에게 머물지도

떠나지도 않을 겁니다.


의미 없는 당신의 시야에


잊을 수 없는 당신의 기억에


머물지도

떠나지도

않고

언제나 오늘처럼

스치는 것이 우리 인연의

전부인 듯

당신에게


곁에서 먼 존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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