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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Dec 09. 2023

제2의 중동붐은 없다

중동기획 시리즈 #1

 요즘 중동은 세계정세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고 석유와 자본을 무기로 외교력까지 강대국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얼마 전 세계박람회 유치에서 사우디가 압도적인 표차로 선정된 것에서 보듯이 그들의 위세는 친환경 시대에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중동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런 문제는 짧은 지면으로 소개하긴 너무 방대하고 오늘은 중동붐이 있는가 없는가만 살펴보겠다. 뭐만 하면 제2의 중동붐이라고 떠드는데 과연 이게 실체가 있는 걸까? 왜 이런 것을 알아보느냐면 우리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현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면 쉽게 낚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중동은 어땠고 지금의 중동은 어떻게 봐야 할까.


 자 그럼 중동붐이 뭔지부터 알아보자. 중동붐은 오일쇼크와 연관이 있는데 오일쇼크는 중동국가들이 담합해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원유값을 올려 벌어지는 유가급등과 그로 인한 경제파동을 말한다. 몇 년 전에 중국이 요소수를 제한해서 나라가 들썩인 적이 있었는데 요소수가 그 정도 파괴력인데 석유야 오죽하겠는가. 오일쇼크는 73년(1차)과 79(2차)년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났고 이로 인해 유가가 치솟았다. 


유가상승으로 중동국가들은 경제적 호황을 맞게 되었고 이는 인프라투자로 이어졌다. 따라서 중동붐은 주로 건설분야 근로자와 기업들의 중동국 진출을 말한다.


 나는 네옴시티니 뭐니 해서 요즘 다시 중동붐이야기가 나오고 중동에 뭐만 수출하면 중동붐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일개국가에 대해 수출을 좀 많이 한다고 과거 같은 나라가 들썩일 정도의 그런 붐이 일어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사를 좀 해보았다.

 우선 73년부터 82년까지를 중동붐의 시기라고 보면 이 시기 얼마나 큰 실적이 있었는지 보자. 대표적인 것이 76년 현대건설의 사우디 주바일 산업항 공사 수주이다. 공사대금은 9억 3천만 달러로 당시환율로 우리나라 정부예산(2조)의 1/4에 해당할 정도의 큰돈이었다고 한다.(출처: 동아일보, 2015.02.28,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50228/69852575/1). 이 정도면 붐이라고 할 만하다. 현대만 이 정도니까 나머지 기업들의 수주액들을 합치면 엄청난 규모였을 것이다. 열사의 땅에서 그렇게 고생하신 윗세대들이 있기에 우리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우리역사넷에 따르면 중동붐기간 동안 10년간 수주액이 700억 달러였다는 통계도 있다(http://contents.history.go.kr/mobile/kc/view.do?levelId=kc_i503200&code=kc_age_50).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계산해 보니 이 기간 국가의 총수출액이 1,180억 달러정도였다. 그러니 정말 어마어마한 매출이고 거의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2022년 수출액은 6,835억 달러 정도 된다. 세계적으로는 6위라고 한다(출처: 아틀라스, 2023.01.01,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45). 이 정도면 1300원 환율로 하면 888조에 해당한다. 자 그럼 네옴시티의 총 공사금액은 얼마일까? 총규모는 670조(혹은 700조)라고 하니 적지 않은 규모이다(서울경제, 2023.10.02, https://www.sedaily.com/NewsView/29VSYNEIW1). 그러나 예전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이 공사에 우리만 뛰어드는 게 아니란 점이다. 70년대에는 열악한 조건에서 싸게 일할 적당한 기술을 가진 나라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건설회사, 노동자 두 가지면에서 저가 경쟁을 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끼어들면 판 자체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회사차원의 수주경쟁을 뚫어도 노동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원래 건설노동을 하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중동까지 가서 일하라고 하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역사넷 기록에 따르면 70년대에는 거의 3배의 임금을 줬다고 하니 가볼 만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 정도를 받을 수 있을까? 

 게다가 지금 세대의 가치관에서 가족과 회사를 위해 무한정 희생하는 젊은 일꾼을 기대할 수 있는가? 

이것도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외국인 노동자나 현지인으로 채워질 것이고 높은 자재비를 감안하면 수주한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이익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거기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순수 국가 예산 프로젝트가 아니라 예산은 30% 나머지는 민간 투자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머니투데이, 2022.11.20,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112111344235070). 즉 민관 협력 프로젝트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200조 원짜리 프로젝트이다. 이것도 큰 액수이지만 여러 나라가 나눠갖고 입찰경쟁하는 걸 감안하면 한국에 최종적으로 떨어지는 순수 오일머니는 더 적을 것이다.


 우리는 관성과 습관에 젖어서 중동에서 돈을 쓴다 하면 예전 중동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가 번쩍 일어날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작은 체급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수출이 세계 6위다. 일개 국가에서 대박 터진다고 확 늘어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국제대회 유치인데 개인적으로 올림픽이나 기타 국제행사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도 별로 공감이 안 간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나가 홍보가 부족해서 물건이 안 팔리는가 아니면 국가 브랜드가 약해서 안 팔리는가? 난 그 정도 수준은 지났다고 생각한다. 88년도엔 올림픽을 통해 우리 국민의 자존감이 한껏 올라가는 가고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지금 어떤 행사를 유치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성인이 되었는데 아직도 딱지치기 1등에 너무 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우린 이제 선진국 문턱에 있다. 아직은 선진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지면상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추후 연재될 글에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물론 중동거래가 터지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충분히 좋아할 일이고 없는 것보단 낫다. 기업들의 땀 흘린 노력의 성과니까. 하지만 이제 중돔붐 같은 추억에서 벗어나 21세기 선진국들의 격투장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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