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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Dec 25. 2023

하림의 HMM인수 잘된 일일까?

 결국 최종 승자는 하림이었습니다. 채권단은 2023년 12월 18일 하림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저는 HMM이나 하림그룹을 분석하면서 인수 가능성을 분석할 때 가장 좋은 인수 대상으로 포스코를 지목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서 HMM보다 덩치가 큰 회사는 참여하지 않았고 포스코, 범현대가 모두 입질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 포스코, 현대차의 입찰포기 이유로 드는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하나는 HMM이 운용하는 선박과 포스코, 현대차가 수출에 이용하는 선박이 다르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해운법이 걸림돌이 된다는 점입니다(출처: 조선일보, 2023.12.12,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3/12/12/66CBJKKLQFCKTO6W6KU3NHO4UQ/).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1. 수출에 이용하는 선박이 다르다?

포스코나 현대차가 수출에 이용하는 것은 철강원료, 자동차 수송선인데 HMM에는 그런 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관점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그만큼 HMM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포트폴리오상으로는 더 좋은 것이란 얘기죠. 오히려 다른 업종의 선박도 취급함으로써 성장효과가 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선박을 운영하면서 추가로 다른 종류의 화물을 운송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로운 선박을 구매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이건 확실한 물주가 있는 거래이기 때문에 투자의 위험성이 전혀 없습니다.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이 물동량은 확보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닭만 배달하던 사람은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발생하면 장사가 휘청할 것입니다. 그런데 생닭과 소고기를 같이 배달하던 사람은 생닭물량이 적어져도 소고기 물량을 있으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물며 포스코처럼 거대한 물주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또 하나의 이유는 해운법 24조 7항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화물의 화주가 해운업에 진입할 때는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해수부장관이 등록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여기서 정책자문위원회에 해운업계가 들어가기 때문에 반대가 심할 거란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반만 맞는 얘기입니다.

 정책자문위 구성을 한번 보면 신문기사에는 80명으로 구성되었다는데 이중 총괄위원회가 20명으로(쉬핑뉴스넷, 2023.02.01, https://www.shippingnews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51997) 이들이 주요 멤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최신 명단을 찾지 못해서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서 2018년 명단을 구했는데 총 17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해양수산 기업협회 회장 1명뿐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19명이 위촉되었는데 여기서 업계 관계자는 해양수산 투자기관협의회 회장 1명이었습니다(출처: 쉬핑뉴스넷, 2019.11.20, https://www.shippingnews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31887). 


물론 지금은 인원이 바뀌었겠지만 정부업무 관행상 이런 자문위를 위촉할 때 분야별 구성비는 잘 바뀌지 않는 편입니다. 업계 관계자가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부 입장에선 업계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다가는 정경 유착과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업계관계자는 대부분 해운서비스 고객이라기보다 공급자에 가깝기 때문에 다수가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들어간 관계자라는 것도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틀린 부분이고 맞는 부분은 해운업계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미 포스코는 자체 물류회사 설립을 시도하다 업계, 정치권의 반대로 접은 적이 있습니다. 2020년에 벌어진 일인데 해수부 장관까지 나서 반대하자 뜻을 접었다고 합니다(출처: 뉴스워치, 2022.11.04, https://www.newswatch.kr/news/articleView.html?idxno=60812). 저는 이 대목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게 포스코는 민간기업이고 상장까지 된 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물류 자회사를 만드는데 해수부가 왜 이것을 막는 것일까요? 기본적으로 해수부는 해운업계 입김을 무시할 수 없고 그래서 가급적 3자 물류를 선호합니다. 3자 물류는 내부거래가 아닌 외부 물류 전문회사를 통한 물류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먹는다면 옳은 행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포스코가 왜 물류회사를 설립하려고 하겠습니까. 기존 물류서비스에 불만족이 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적당히 이대로 이익을 보장받으며 경쟁 없이 살려는 기존 업체들의 담합처럼 보이는 건 과한 생각일까요? 해운업계는 포스코 계열 물류회사만큼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물류전문회사이면서 그것도 못한다면 경쟁에서 퇴출되는 게 맞습니다.


 이걸 해줄 생각은 안 하고 무조건 반대한다면 문제가 크죠. 그리고 막는다고 될 문제도 아닙니다. 이걸 내부거래로 보고 막으면 결국 꼼수만 늘어날 뿐입니다. 사업상 필요한 걸 못하게 하니 말입니다.


 법의 취지인 물류전문회사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좋은데 시장에서 받아들여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애초에 우리나라 규모에서 물류전문기업이 어느 정도 가능하겠습니까? 그룹사 물량 없이 외부에만 의존하는 전문 물류기업은 약점이 크게 마련입니다. 한진해운이 바로 그 예가 아니겠습니까. HMM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적인 그룹사 물량을 갖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경기에 따라 급락을 반복하는 해운업계는 더욱 그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다릅니다. 정글과 같은 해운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덩치를 키워야 하고 여기에는 그룹사 물량도 포함이 됩니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3자 물류 정책이 맞는지부터 재고되어야 합니다고 봅니다.

 당장 하림도 자사 사료 수입을 대거 팬오션을 통해 해결하고 있고 이것이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2011년 기업회상에 있던 팬오션이 살아난 것도 하림의 사료물량의 영향이 큽니다.


어쨌든 포스코는 이 사태 이후 숨을 죽이고 수면 위에서 활동을 중단합니다. 그러니 수면 아래에서는 포스코 플로우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물류업무를 통합했습니다. 자사선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사례만 봐도 포스코는 분명 해운업 진출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HMM을 인수한다면 승자의 저주나 유보금 빼먹기 같은 걱정은 사라질 것입니다.  


 현대차는 이미 자동차 운반 관련 외주회사가 있습니다. HMM을 인수하고 HMM이 그 외주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차는 지금 전기차 관련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기이고 HMM에 6조 원이나 쏟아부을 돈이 없습니다. 포스코는 사업확장의 계기가 되겠지만 현대로서는 이미 하고 있는 회사가 있는데 HMM을 인수해서 크게 얻을 게 없습니다. 


이렇듯 나머지 두 회사는 배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로 참여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하림은 6조 원을 조달해 인수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은 엄청난 무리라고 생각된다. 공정위의 2023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보면 하림은 자산규모로 27위(15.4조), HMM은 19위(25.7조)입니다. 하림의 현금보유량은 23년 3분기 기준으로 662억 원 밖에 안됩니다(출처; 비즈니스 포스트, 2023.12.21,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6958). 어떤 기사에서는 10조 원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자산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보입니다. 결국 방법은 계열사인 팬오션을 유상증자하겠다고 하는데 2~3조 원가량을 소화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불어 3조 원 이상의 인수금융을 받아야 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사모펀드와 함께 인수하는 것이라 부담은 좀 덜하지만 어쨌든 최소한 혼자서 2~3조 원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인수금융의 이자도 부담이 됩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썩 좋지 않은 거래로 보입니다.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재밌는 건 대우건설인수도 6조4천억원대로 HMM과 몸값이 비슷했습니다(물가 차이는 있습니다). 


 이때도 인수시 산업은행에서 3.5조 원을 차입했습니다. 나머지 2.9조 원이 금호몫이었는데 이것도 회사채 발행 같은 외부차입으로 해결했습니다(출처: 비즈워치, 2014.12.01, http://news.bizwatch.co.kr/article/industry/2014/12/01/0009). 이때는 사모펀드들에게 주가가 떨어질 시 되사주는 풋백옵션을 걸었는데 이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대우건설 주가가 폭락하고 갑자기 수조 원대의 주식을 되사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HMM인수에 참여한 사모펀드와는 이런 계약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때 금호그룹은 호남 대표기업으로서 재계 10위권이었습니다. 그 뒤는 알려진 바대로 금호그룹이 나락으로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의 알짜 중의 알짜 자산인 현 서울스퀘어건물을 9600억에 매각했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떨까요. 일단 불안요소를 보면 일단 시기적으로 안 좋습니다. 해운업이 불황기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HMM분석 때도 말했지만 경기사이클이 내려가는 중입니다. 제일 안 좋은 경영방식이 경기 활성기에 투자하고 불황기에 갚는 것입니다. 불황기에 투자하고 활성기에 갚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해운업은 지금 그렇지 못합니다.


다만 HMM이 10조 원의 유보금을 가졌다는 점에서 대우건설보다는 안정성이 나은 편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하림의 입장에서 하는 말입니다. 하림은 팔 수 있는 자산도 있는 편입니다. 금호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거푸 인수하는 바람에 현금이 씨가 말랐었죠. 하지만 만약 이번에도 풋백옵션이 있다면 위기는 반복될 수 있습니다. 해운업 불황으로 HMM이 연간 조 단위 적자를 낸다면 하림이 버틸 수 있을까요? 물론 자산을 팔면서 버틸 순 있겠지만 하림 역시 매우 경기를 타는 업종을 하고 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퍼지기라도 합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팬오션의 유상증자는 제대로 될까요? 아무튼 이번 거래는 매우 위험성 높은 거래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금호그룹 때보다는 조금 낫지만 어디까지나 하림의 자체사업이 안정적으로 굴러간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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