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려들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맞이해본다
요 며칠 마음이 아주 시끄럽다. 이렇게 불안정할 때는 이상하게 아무것도 못하겠다. 인스타그램에도 뭘 올리질 못하겠고, 글도 쓰자니 다 오글거려 보이고.. 그래서 아무것도 손을 못댔다. 그냥 일기장에 쓰면 되잖아? 라고 한다면 뭐 ..그것도 그렇지. ?
예뻤던 나의 최근의 출근길
후리카케 뿌려놓은 것처럼 알록달록
야근하고 집 가는 길도 무려 예쁘다.
단풍이나 은행이나 벚꽃처럼 밤에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나를 제일 센치하게 만드는 계절이라 가장 피하고 싶은 가을이지만, 또 어쩔 수 없이 예쁘니 이것 참..
똘망똘망한 녀석
떨어진 모과들을 누군가가 모아두었다 올망졸망..
그런데 모과가 너무 커서 자칫 내 머리에 떨어졌다간 머리 한 구석탱이가 박살날 것 같은 무시무시한 느낌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귀여웠지만.
벌써 온도쿠리의 계절이 돌아왔다.
몸이 찬 편이라 따뜻한 사케를 좋아하는데, 추운 겨울에 온도쿠리 마시면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라 어찌나 좋은지. 더운 여름에 차가운 생맥주 시원하게 들이키는 것과 비슷한 쾌감이다.
그리고 도쿠리 병은 이자카야마다 조금씩 다 다르고 마치 내가 빚은 것 같은 병에 나오기도 해서, 이 집은 어느 병에 담겨져서 나오나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닭갈비를 먹으러 갔는데, 사장님이 맛있는 귤이라고 쥐어주고 가셨다. 따땃한 저녁.
얼마 전 친구들과 했던 귀여운 윷놀이. 윷놀이 판도 직접 삐뚤빼뚤 그린건데 심지어 말이 하리보였다. 너무 귀엽지않나 솔직히..
솔직히..!!!!!
졌을 때 벌칙은 무려 저 말들을 먹는 거였다 (!)
그래도 아이들이 다들 착해서 진짜로 먹이진 않았다.
이 세상엔 하찮게 귀여운 것들이 너무 많다.
난 그런 것들이 너무 좋다. 작고 단단하게 내 속을 데워주는 느낌이랄까..
원래는 충성스러운 소맥파인데, 이상하게 오뎅바에 가게 되면 온도쿠리 아니면 청하를 찾게 된다. 간소하게 몸을 담근 오뎅을 앞에 두고 소주와 맥주를 섞겠다고 분주함을 떠는게 오뎅에게 영 실례가 되는 느낌이다.
요 며칠 여러 감정들에 자꾸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 머리 위로 쏟아져내리는 감정들에 내 자신이 자꾸 매몰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낮동안에는 이런 감정들을 있는 힘껏 눌러놓는데, 밤이 되면 특히 술을 먹고나면 속절없이 쏟아지게 된다.
얼마 전 읽은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내가 겪기 싫은 감정들이 찾아오면, '맞서서 당당히 싸우겠어!' 가 아니라 '어, 왔어?' 의 태도로 대해보라고. 환영하라는 뜻이 아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감정에 말려드는게 아니라 주체적인 집주인 모드로 준비되는 것이다. '어, 왔어? 알았어. 일단 나 혼자서는 널 맞이하긴 좀 그렇고, 기다려봐' 하며 먼저 담담히 그들을 마주하고, 그러고나서 찬찬히 그들을 어떻게 대할지 생각해보는 것.
그러면 좀 나아질까?
사실 이것보다도, 내 엉켜있는 감정 중 보기싫은 부분을 적나라하게 분해해서 들여다볼 용기가 먼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이게 늘 어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