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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Aug 18. 2018

사랑하는만큼 위로는 어렵다.

서툰 위로에 관하여


당신을 사랑하는 동안에 뭐든 나누고 싶어졌어요. 기쁜 일은 가장 먼저 말하고, 힘겨운 일엔 위로를 주고받고 싶었죠. 우리의 일상을 공유하면 ‘의미’가 생긴다는 점에서 나는 특별함을 느꼈어요.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반이 된다는 말,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죠.


오늘은 당신이 힘든 날이었는데, 여느 날 동안에 당신을 위로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 적은 없었는데, 나눔이라는 게 늘 쉽지만은 않은가 봐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숨, 그 깊이감에 머뭇거리게 되더라구요. ‘감히 위로해도 될까,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닿을까.’ 하는 생각들로 발만 동동 굴렀죠. 그러다,


그래요 미안하지만, 의무감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흔해 빠진 위로를 하고 말았어요. 다시 생각해도 어색한 위로의 말을 참 낯선 사람처럼 무미건조하게 건넸죠. 그깟 위로에 미소 짓는 모습에 죄책감이 들었어요.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위로해보세요.” 했을 때도 이렇게 평범한 말을 하진 않을 거예요. 형편없었죠. 처음엔 당신이 연기를 하는 줄 알았어요. 나를 위로하게 만든 의무감처럼, 당신도 내 위로에 기뻐하는 의무감을 지닌 게 아닌가 했죠. 그러나 고맙다며, 당신이 덧붙이는 말에 깨달았어요. “너한테 들으니까 마음이 놓여.”


내가 당신이기에 서툴렀듯, 당신은 내가 나이기에 흔한 위로도 흔하지 않았나 봐요. 이제보니 당신 한숨의 무게만큼 내가 머뭇거린 게 아니라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클수록, 위로는 더욱 서툴러지는 법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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