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남영 Aug 17. 2018

누굴 만나도 괜찮은 사람?

아니, 있는 그대로 괜찮은 사람.


한때 연애를 거듭 실패하고 좌절에 빠져 살던 시기가 있었다. 왜 나는 이상한 사람만 만나는 거지? 다들 제 짝 만나서 행복하게 연애하는데, 왜 난 연애만 하면 불행해질까? 당시 나는 타인에게서 문제를 찾기보단 나에게서 문제를 찾는 걸 더 쉽게 느꼈고, 늘 그랬듯 쉬운 쪽을 선택했다. 그 생각들이 가랑비처럼 은근하게 자존감을 깎아먹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결국 연애를 끝내며 한 생각은 ‘연애를 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거라면 난 연애를 하지 않겠어.’였다. 

혼자라 괜찮은데, 둘이라 괜찮지 않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어느 날, 친한 언니가 내게 말했다.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는데, 누가 그러더라.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보단 ‘누굴 만나도 괜찮은 사람’이 되는 쪽을 노력해보라고.” 


누굴 만나도 괜찮은 사람. 그 말이 당시엔 내게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 ‘누굴 만나도 다 참는 식의 무던한 사람’이 되란 뜻이 아니라, ‘자신에게 몰입하는 시간을 가지며 여유를 갖춘 사람’이 되란 뜻이었다. 나는 언니의 말을 듣고 다짐을 고쳐먹었다. 아, 누굴 만나도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시간이 흘러 다시 연애를 시작했을 때, 이미 그 다짐은 내게 흐릿해진 지 오래였다. 나는 여전히 감성적이고, 단어에 민감했고, 화만 나면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고집불통이었으나, 결과가 달랐다. 누군가에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상식적이고 소신 있는 사람이었고, 화가 나면 이유(또는 고집)를 명확하게 말하기 때문에 화해가 쉽고, 감성적이라 표현이 많은 탓에 그저 사랑스러운 사람이 된 것이다.


나는 또 한 번의 충격을 받았다. 누굴 만나도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는데, 이미 그 사람에겐 있는 모습 그대로가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몇 가지 단점들이 있으나 다른 장점들이 우세하기 때문에 사랑할 이유는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다짐을 고쳐먹었다. 

누굴 만나도 괜찮은 사람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잘 하는, 그런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과 그리움의 공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