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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Aug 16. 2018

사랑과 그리움의 공존

사랑은 그리움 없인 말이 안 되고, 그리움은 사랑 없인 말이 안 되니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던 그때가 그립다. 지나 보니 사랑이었던 당신을 향한 감정은 어느새 신기루처럼, 창문의 틈바구니로 비집고 바닥에 내려앉은 빛처럼 잔해만이 부스스, 흐릿하게 남아있다.


아아, 모든 것을 사랑해놓고 흐릿하다니. 감정이란 어떤 형태로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완전히 채워지거나, 완전히 비워질 수 없다. 애초에 ‘꽉 찬 사랑’이란 것도 명확하지 않은 느낌에만 의존한 게 아니던가. 뚜렷한 느낌으로 넘칠 듯하다가도 안개처럼 흐릿한 느낌으로 존재 자체를 의심하곤 하니까.


내 사랑의 이유가 당신이던 때도 그립다. 성격이 좋아서, 잘해줘서, 잘나서가 아닌 ‘당신이라서’ 사랑했던 그 시절. 나는 뚜렷하고 꽉 찬 느낌으로 당신을 사랑했고, 그때 품었던 내 신기루는 생생한 꿈처럼 보이진 않지만 분명하게 잡히는 것들이었다.


아아, ‘확신’의 동의어가 ‘단단’이 아니었다니. 오히려 확신은 작은 비틀림에도 기울어버리는 물렁함이었다. 이처럼 손바닥 뒤집듯 쉽게 변하는 게 또 있을까. 설레는 시작에서 절벽 같은 저 끝으로, 시속 200km를 냅다 달려 이별하는 이들도 있으니, 사랑은 당최 믿을만하지 못하다. 놓치고 그리워하는 건 또 어떻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을 믿어보는 건, 단점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절대적인 인간의 가치를 경험하기 때문에. 그만큼 절대적인 것도 없기에 한 때의 느낌에 마약처럼 중독되는 것이다. 또다시 후회할 줄 알면서도 말이다.


아, 사랑도 그리움도 마약이라니. 

처지가 애달픈 그들이, 연인처럼 서로를 꼭 껴안은 채 공존하다니.

서로가 서로에게 해로운 줄 알면서도 헤어 나올 수 없으니, 얼마나 애처로운 공존인가.


아니, 아닌가.


사랑은 그리움 없인 말이 안 되고,

그리움은 사랑 없인 말이 안 되니

그들은 영원한 관계가 보장된, 가장 아름다운 공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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