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역의 끄트머리에 앉아
사람들의 뒷모습을 반복적으로 바라보면서 '사람과의 거리'에 대해 생각했다.
맞춰 걷거나, 앞서 걷거나, 멈춰 서거나, 뒤따라가거나.
각자의 거리를, 나름의 이유로 유지하는 사람들.
역 안을 걸어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은
신체조건에 맞게, 시간에 맞게, 나름의 보폭으로 '나에게 맞게' 걸어 다닌다.
역 안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우리들은 셀 수 없는 인연들과 끊임없이 얽히지만, 더러 끊어지기도 한다.
각자의 보폭으로 걷는 탓에 원치 않게 멀어졌다 가까워지고
달라지는 거리에 아파하고, 기뻐하다가
한 번은 놓치고 또 한 번은 잡아가며
불완전한 사람답게, 불안전한 관계들을 맺고
다들 그렇게 살아가나 보다.
만나고 멀어지는 인연은,
지금 저들의 보폭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