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으로 쌓은 힘

by 이모리


일상이 단정해지는 감각이 좋다.

삶의 단정함은 좋은 일을 꿋꿋이 반복하는 힘에서 온다.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각에 동일한 일을 한다. 주중 출근을 위해 7시에 일어나 8시에 길을 나서는 일은 너무 오랫동안 반복한 일이라 알아차릴 틈이 없었다. 월화수목금에 이어 토요일에도 일정이 새로 생겼다는 점이 요즘의 변화다.


토요일은 평소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일어나 남편과 같이 아침을 먹고, 열 시가 되면 요가원에 간다. 지난주 했던 그 루틴을 따라 움직인다. 8할은 비슷하게, 2할은 난이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것으로.


[암발란스]라고 쓰인 이 수업에서는 요가에 없는 당기기 동작을 비롯해 근력 단련 운동을 한다. 1월 18일이 첫 수업이었으니, 이제 아홉 달이 되어간다.



매일 힘들고 매일 숨이 차다. 지난주보다 더 안 되는 느낌도 든다. 수첩 한 장을 넘겨 지난주 기록과 비교해 보면 이번 주에 영 나아진 게 없다. 하지만 종이를 몇 장 더 넘겨 6월, 3월, 1월 기록을 보면 다르다. 시간이 지나 버티는 시간 20초에서 25초가 되어 있고, 3번 할 수 있던 게 5번으로 늘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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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와 달리 익숙하지 않은 힘을 내느라, 토요일은 요가할 때보다 마음이 두 배로 복잡하다. '왜 힘들게 매달려야 하지?', '왜 몸을 이렇게까지 튼튼하게 단련해야 하지?' 의구심이 든다. 연수, 출장, 경조사로 토요일 훈련을 빠져야 할 땐, 비자발적인 휴식에 기쁘기도 했다.


여름에는 임신과 유산으로 두 달을 통으로 쉬었다. 어쩌다 한 번 빠지면 내심 신이 나지만, 쌓아가는 재미가 생길 때쯤 못 하게 되면 아쉬움으로 가득해진다.


'토요일 오전은 암발란스 훈련' 올해 초 세팅해 둔 이 일정이 여름 내내 흐려지면서, 매주 몸에 새기던 움직임의 감각이 그리워졌다.



어디 보여줄 일도 없고 어디 크게 알릴 일도 없지만 내 훈련일지 수첩이 한 장씩 왼쪽으로 넘어가고, 제한 시간 안에 절대 안 될 것 같던 것이 서서히 가능해질 때, 그때 내가 안다. 단순한 반복이 주는 다채로운 변화를. 이를테면 몸을 바라보는 태도, 요가를 비롯해 내가 움직임을 찾는 목적, 덜 흔들리는 팔과 다리, 몸이 안정감을 찾은 만큼 단단해지는 마음의 중심 같은.




내가 여기서 배가 찢어져라 밀고 매달리고 당기고 있다니... 뜬금없이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러다 주변을 보면 저쪽에서 숨 고르는 남편을 비롯해 누구 하나 안 힘든 사람이 없다.


여기 있는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당장 널브러져 편히 있고 싶지만, 땀 흘리고 마음 달래 가며 힘을 찾고 나면 몸 안에 마음 안에 무언가 쌓인다는 걸, 모두가 다 알고 있어서 매주 여기에 온다.


단순하게 반복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여러 재미있는 일에도, 갖은 저항에도 이것이 우선이라는 기준.


토요일 낮에 신나는 일을 찾으면야 무궁무진하겠지만, 지금 이미 찾은 즐거움을 등지고 새로움을 무작정 좇지는 않으려 한다.



토요일의 반복이 내 생의 반복을 말하는 듯하다. 이제는 당장의 짜릿함을 찾아 헤매는 대신 더 쉬운 방식으로 행복하고 싶다. 사소한 시간이 오래 흐르고 나서, 문득 느껴지는 기쁨. 내 삶의 반경에서 가장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감사함. 나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나의 그릇을 넓히는 충만함.


수십 년 살아온 동네도, 십수 년 해온 한 가지 직업도 참 너무 지겹지만, 수십 년 살아서, 십수 년 일해서 내가 얻은 것들이 분명히 가치롭게 남아 감사한 날들이다. 내 안에 감사가 들어와 충만한 날들이다.


나의 운명과 환경에서, 나의 한계를 인정하며, 여기에서 꿋꿋이 느리게, 무한히 뻗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안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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