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꿈과 음악사이에 허윤희입니다

사람들만 변한 게 아니야 나도 변했잖아










밤 10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시그널 음악에 맞춰

우리는 그레이스 봉고차를 타고

두 아이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즐겼어요.

남편과 난 TV 시청보다는 음악 듣기를 좋아해서

늦은 밤까지 라디오를 듣다 잠이 들곤 했어요.

그러다 두 아이를 낳고 육아에 지치고

아이들의 숙면이 곧 우리의 숙면을 위함이었기에

의도치 않게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며

라디오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죠.


남편이 늦게 들어오던 날

오랜만에 라디오를 켜고 남편의 옷장을 정리했어요.

DJ가 나지막이 읊조리는 사연을 듣고 있으니

그 옛날 육아의 고충으로 힘들었던 서른 살 초반

사연을 적고 음악을 신청하던 날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렇게 내가 신청한 노래가 나오면

그날의 힘듦이 한 곡의 노래가 끝나가는 말미에는

말끔히 씻어내려갔고

내일의 나를 또 지탱해 주는 힘이 되었고요.


술이 아닌 음악에 취하는 밤

추억의 노래를 들으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잘

이겨냈던 것처럼

내일을 밝히는 희망이자 오늘도 잘 버텼다는

나를 위로하는 밤을 보내며

우리 그때 그랬지 하는 어느 노랫말의 가사처럼

행복했다고 말하고 그 길을 함께 걸어와준 당신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다시 라디오를 켜는 날에는

김동률의 '감사'를 신청해야겠어요.









작가의 이전글 내 아이들이 살아낼 미래 환경 구축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