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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한 일

인생을 즐겨야 하는 건 지금 이 순간이야









두 아이들은 여섯 살 때부터 유치원을 다녔고

직전까지 남편과 저는

수많은 여행지와 각종 캐릭터전을 찾아다니며

많이 보여주고 많이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지금 이 순간 함께라는 단어를 기억해두려 하고 싶어서요.


하지만...

아이들은 별로 기억에 남는 일이 없다고 해요.

영화 볼 때도, 연극을 볼 때도, 여행을 다녀올 때도

즐거움은 그때뿐이었고,

한 날은 별로였다는 얘기도 하더라고요.


남편과 저는 허무했지요.

모두가 함께하면 즐거울 줄 알았던 기억들이

아이들은 저장해 두지 않은 채 간직하지 않으려는 듯

실없는 답변에 속이 헛헛하더라고요.


부질없고 무의미하단 생각까지 했다면 오버였겠지만

남편과 저는 실로 아주 잠깐은 실망스러웠어요.


치~ 우리나 잘 먹고 잘 살자.


아들아이가 온라인 수업 중에 어린 시절 사진을 올려야

한다며 앨범을 찾기에 함께 펼쳐 보다 보니 사진 하나가 계속 웃음 짓게 하더라고요.

속초 일출 보러 떠난 여행이었어요.

추울까 봐 꽁꽁 둘러 싸매고 아이들을 하나씩 안고 찍힌

남편과 나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맞아요.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기를 간절히 바라던 온전히

카메라 화면에 우리 넷만 있음 마냥 행복하단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사진엔 모래밭에서 쨍한 햇살 받으며

예쁘게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있었고요.


그래.. 너희가 그 순간이 즐거웠다면 그걸로 됐다.


이번 주는 아들아이가 온라인 수업이라 내내 붙어 있어요.

아이가 수업을 어떻게 듣나의 태도에 따라 우리의 사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보내고 있지만

아들아이가 아잉~하는 애교 한방에 저도 같이 웃는 시간이

더 많아요.

그 옛날 꼬꼬마 시절의 사진 속에 귀여운 미소처럼요.

이래서 아이들이 크면 클수록 자꾸 옛날 사진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말이 있나 봐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 상처 받을 일이 없데요.

말처럼 쉬이 실천에 옮겨지지 않지만 나는 또 살아야 하니까

자꾸만 되뇌며 욕심내지 않으려고 해요.

그럼 웃을 일이 더 많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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