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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코 끝 찡해진 하루







제과제빵 학원에서 가르치는 일을 시작 했습니다.

20년 만에 시작한 사회생활이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아닌 그동안에 배워가며 익혀두었던 지식들을 누군가에게 알려준다는데 있어서 무척이나 설레었습니다. 4개월에 접어들 때쯤 호기롭게 시작되었던 자신감이 점점 바람 빠져 몸과 마음이 제 멋대로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강사 제안을 받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난 잘할 수 있을 거라며 다독이며 보냈는데 쉽지 않았어요.

내가 만들어놓은 허상에 불과했습니다.

그것은 남들에게 비칠 내 모습이 가짜였기 때문일 거라는 걸 깨달았고요.

경력자들 틈에서 베이킹 10년 차라고 무지하게 자만했던 제 모습을 들키기 싫어 잘 보이려고 애쓰던 모습에 실수를 연발하며 제 스스로가 저를 위축되게 만들었던 것이죠. 그러고선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눈빛에 나를 점점 구석으로 내몰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배려와 예의라곤 없다고 생각했고요.


최근 읽었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에서 저자의 스승님이었던

아잔 자야사로 스님은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진심을 담아 세 번만 주문을 외우라고 합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네가 틀렸고 내 말이 옳아,라고 단정 지으며 수없이 부딪치며 살았습니다. 물론 제 안의 나마저도 등 돌리게 만들 정도로요.

여전히 내 주관에서 현 상황을 휘두를 때가 있습니다.

아차, 싶어 내가 또 앞섰나 싶으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있으려고 해요.


하지만 전 늘 그래왔듯 이 시간을 지나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자신감이 빠져나간 자리에 무거운 생각이 함께 나가며 온몸은 한결 가벼워질 테고, 바람 따라 날아다닌 눈부시게 새하얗던 하늘이 괜찮다고 저를 사뿐히 안전한 곳에 안착시켜 줄 테니까요.


밤새 무탈 없이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누고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변함없이 깨우는 데로 한 번에 잘 일어나 준비하는 아이들의 씻는 소리가 함박웃음 못지않은 행복한 미소를 선사해 줍니다.

이 또한 감사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이길 알기에

오늘도 저는 또 잘 살아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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