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이 아니에요

집안일 다 하고 나왔어요















카페 안 아이의 자지러질듯한 울음소리가

퍼진다. 이내 엄마는 백일이 갓 지났을 아이를

안고 숙달된 손놀림으로 우유를 타기 시작

했다. 하지만 아이는 조금 먹는 듯싶지만 다시

또 울음을 터트린다. 아이 엄마는 안절부절

못해하며 쉬익 쉬익 아이의 귀에 익숙한 소리

를 들려주니 몇 번 더 칭얼거리던 아기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 드디어 아기의 엄마는

아이스 라테 한 모금을 들이켜며 카페 안의

재즈 음악에 긴장했던 어깨가 쉬이 수그러

드는 걸 뒤에서 나는 가만히 지켜본다.


작은 아이가 6개월에 접어들 때쯤 남편과

큰아이는 공연을 보러 들어갔고 난 카페에

들러 차 한 잔을 하며 끝나는 시간까지 대기

하려 했다. 평소에 우유만 먹으면 잘 놀고

잘 자던 아이는 그날따라 유독 칭얼거림이

심했고 아이를 안고 달래는 찰나에 저만치서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노년의 두 남녀를

보았다."애를 집에서 볼 것이지 뭐 하러 데리고

나왔냐"며 죄송하다는 인사와 함께 부리나케

카페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언제 울었냐는 듯

다시 안정을 되찾은 내 아이를 본 순간 내가

아닌 내 아이를 욕하는 것 같은 그 손가락질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자리를

옮기지 않고 카페 밖 유리창 너머로 그 두 분을

가만히 응시했다. 뚫어져라.

한참 동안 움직임 없이 바라보던 나의 뜨거운

시선을 느꼈는지 그 두 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의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빠져나가셨다.

난 뒤따라갔고 아이를 태운 유모차로 그분

앞을 가로막았다. 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했다. 깨달았다.

소심하던 나도 엄마가 되니 용감무쌍하게

변하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 노년의

두 남녀는 뭐 이런 아줌마가 다 있냐며

유모차를 피해 다시 걸어가셨고 난 계속

뒤쫓았다. 그리곤 그럼 이게 범죄에 해당

되는지 안되는지 경찰서에 가자고 난 한술

더 떴고 귀찮게 따라붙을 걸 알았는지 남자

는 여자를 먼저 보내고 그래 누가 잘못했

는지 따져 보자며 경찰서로 향했다.

나의 자초지종을 들으시던 경찰관은 바로

그 남자분에게 당신이 잘못한 거라며 아기

엄마에게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셨고 신분증

을 제시하라고 했다.바로 남자가 사과를 했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고 왜 내 아이를 향해

손가락질 했냐며 한마디 쏘아붙였다.신분증

확인을 하던 경찰관은

'아니 학교 선생님이시면서 이런 불찰을 보이

시면 어떻게 하냐'라고 하자 남자는 재차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82년생 김지영도 그랬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지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점심시간 한정 할인을 하는 커피 한 잔

을 들고 공원에서 잠든 아기의 유모차를 옆에

두고 숨을 고를 때쯤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자신을 가리키며 남편이 힘들 게 벌어다 주는

돈으로 밖에 나와 비싼 커피나 사 마신다고

맘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때 김지영은

8개월여의 바깥 외출도 못한 채 아기만

돌보다 처음 나와 본 바깥세상이었다.


남자가 힘들게 돈 버는지 집에 있는

여자도 안다. 월급 타 오면 수고했다. 고맙다

말하는 여자도 많더라. 하지만 쓸어도 닦아도

티 안 나는 집안일을 매일 같이 하면서도

고생한다고 말해 주지는 못할망정 아이들이

잘못하면 여자 탓이라고 단정 짓는 남자들은

과연 옳은 행동인지 묻고 싶다.

얘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돈 버는 남자도 힘들고 집안일하는 여자도

힘들고 공부하는 아이들도 힘들다.

그러니 내가 듣기 싫은 말은 상대방에게도

하지 말아 가면서 그냥 그런대로 조용히 지나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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