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나 엄마 닮기 싫은데 자꾸 엄마를 닮아가.
난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인데
준이 아빠랑 애들이 내가 인상 쓰면서 미간에 주름지는 게 엄마랑 똑같데"
내가 엄마를 만나면 자주 하는 말
"엄마 인상 좀 펴고 있어요" 하면 엄마는 인상 쓰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드니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서 그러는 거라고 말씀하시던
엄마였는데 진짜 나이가 드시는지 요즘엔 자꾸 우신다.
당신 나이 45세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참 아등바등 부지런하게 살아오셨던 지난날..
별의별 가족사를 다 겪으시고도 한참 울고 난 후
또 그렇게 툭툭 털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침 일찍이 일터로 향하시던 엄마.
아이를 낳으면 엄마의 소중함을 깨우친다고들 하는데 난 안 그랬다.
아들밖에 모르시고, 잔 정도 없고, 다정한 말투 하나도 없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저 일터로 향하시던 엄마를 난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아팠을 때도 병간호는 결혼도 안 했던
남편에게로 당연시로 돌리고
병원에도 딱 한번 다녀 갔던 어쩜 그리도 모질고 차가웠는지.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누군가처럼 얘기했는데
아이 둘을 키우면서 엄마의 무표정이,
차가운 말투가 내 안에서 나올 때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피아노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를 닮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내가 바뀌니 엄마의 삶이 눈에 들어온다.
엄마도 어여쁜 소녀였을 때가 그리웠을 테고
한 가정을 예쁘게 꾸리고픈 여자였을 거라는.
하지만 현실은 자식들 때문에 옹골지게 살아야만 해서 강해졌는데
뒤돌아 보니 남은 건 그 어떤 자식도
당신 곁에 있기보다는 다 각자의 가정으로 찾아가
결국엔 엄마 혼자라는 외로움에
눈물이 나나 보다고.
이젠 엄마에 대한 미움도 정으로 쌓여 나 마저도 외면하고 싶지 않아
아니 훗날 후회하고 싶지 않아 엄마를 챙길 때면 그 짱짱한 고집은 온 데 간데없고
모든 걸 내게 내어 주려 하시고 흐릿한 미소를 보이시며 고맙다 표현을 하시고
너만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신다.
엄마도 마음속으로는 나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있었구나..
난 그런 것도 모르고 엄마는 참 이기적이라며 단정했었던 지난날.
알고 보니 난 엄마의 표현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었던 엄마의 사랑이 고픈 딸이었음을..
어린 시절 뜨개질 부업을 하셔서 나는 엄마가 예쁘고 고은 실로 떠 주신 스웨터를 즐겨 입었고
입맛 까다로우신 아빠 덕에 우린 외식보다는
건강한 집밥과 엄마의 손끝에서 뚝딱하니 탄생되던 간식거리들을 먹으며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최고라고 여기던 그 시간들을
나도 내 아이들에게 똑같이 되돌려 주고 있는 거 보면
영락없이 엄마를 지극히도 닮은 딸이 맞고
이젠 싫지 않다.
엄마가 계신 오늘이 무조건 감사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