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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김유라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읽고

내 인생의 서막은 오늘부터





김유라:

서른 언저리에 서니 어떤 예감이 몰려온다.

더 이상 내 인생에 반전 같은 건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

대게 '기회'란 20대에게나 주어지는 카드 같아서.


박막례:

염병하네.

70대까지 버텨보길 잘했다.


-본문 중에서



할머니는 농부의 막내딸이라서 '막례'라는 이름을 갖고 여자라는 이유로 글공부도

못 배운 채 집안일에 봉사란 봉사는 다하며 십 대를 보냈다.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스무 살 무렵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종근이와

잠깐 정신이 팔려 있던 때에 결혼을 하게 되고 찢어지게도 가난한 시댁에서 철부지

남편을 믿고 안 해 본 잡일 없이 2번의 사기까지 당하며 또 한 번 절망했다.

하지만 서른다섯에 무너지기엔 오로지 자식 셋을 먹여 살려야 된다고 독하게 마음먹으며

다짐을 하고 마흔여섯에 용인에 자매 식당이라는 백반집으로 성공을 해 건물도

세우면서 열심히 일했는데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다. 손녀딸 유라는 인생은 정말 불공평하다며

불쌍한 할머니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고 할머니 당신 삶의 의미를 찾아 드리기 위해

호주로 자유여행을 추진했고 할머니의 인생역전은 지금부터라는 시작이 알렸다.

호주를 여행하는 동안 찍은 영상들을 모아 유튜브에 올리고 큰 반응을 얻게 되자 할머니에

대한 썸네일을 만들고 재밌는 일상들을 공유했다. 그때부터였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회사에서도 인터뷰 제안까지 들어온 것이다.

71세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유튜버로서 후반전의 인생이 시작된다.




허리가 굽어라 일만 했는데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으니 얼마나 억울하셨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건

막례 할머니의 똥까지도 버리기 아까울 만큼 착실하게 일했던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시지 않던 주변에 고마운 분도 함께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더불어 손녀딸 유라에게도 서른 즈음에 맞닥뜨려야 했던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

함께 였기에 가능했던 여행에서

그 시너지가 빛을 발했고 지금의 할머니와 유라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데도 버팀목이

되어 그 진솔함이 우리 모두에게 힘 있는 목소리로 들려온 듯하다.


막례 할머니의 여행 사진을 하나하나 보고

있으니 그래.. 나이에 상관없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나의 마음가짐을 즐거움으로 가득 채운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서막은 언제나 오늘부터라는 말을 하게 될 것 같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힘찬 막례 할머니의 염병하네라는 욕이 거리낌 없는 웃음으로 승화되고

나의 외할머니가 내게 자주 하셨던

'몸 깡깡 하거라'라는 단어가 주는 통찰력이 긍정 에너지로 팍팍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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