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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안녕, 나의 빨강 머리 앤]을 읽고

수다스러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고집스러운 기쁨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나쁘지는 않아!'라는 태도,

막다른 벽에 부딪혔을 때, 희망의 종류를 바꾸는 용기일지 모른다.

그럴 때 삶의 또 다른 기쁨이 열린다.


-본문 중에서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의 두 번째 이야기로 저자는 내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던 날 앤에게 아직 듣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소녀다운 사랑스러운 앤에서 천진난만한 순수함이 깃든 여섯 살 앤의 어린 시절 얘기를 써보고자 했다. 수없이 화자 되는 앤의 명대사가 탄생한 데는 어린 시절부터 고통과 슬픔이 난무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던 앤의 수다스러움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를 마련했다는 것에 초연해진다.


초록색 지붕에 오기 전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을 여의고 여섯 살 무렵부터는 청소하고, 장작을 옮기며 자기 또래의 아이들 넷을 돌보고서도 구박만 받고 고아원으로 가기까지의 앤은 슬퍼하기보다는 이제는 자신도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기쁨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생각들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건 앤의 옆에서 따뜻하게 손 내밀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고 같은 말도 참 밉게 하는 조애너 아주머니마저도 포용할 줄 아는 그 단단한 내면을 지녔기에 가능했다.


난 조애너 아주머니 같이 눈에 보이도록 얄밉게 행동하는 사람이 싫다.

그래서 호의적으로 대했다가 후에 상대방의 적대적인 행동에 마음을 닫아 버릴 때가 있다. 혼자 잘해주고 혼자 상처 받는. 그런 반면 친구가 되어 줄 고양이만 있다면 놀림거리가 되는 빨강머리쯤이야 견딜 수 있다는 앤은 매일 연속되는 힘든 순간 속에서 자신만의 긍정적인 논리를 펼치며 괜찮다는 듯 지하창고로 내려가 작은 등불을 비추며 책을 읽는다. 이건 '지금 나의 기분은 영원하지 않고 5분 안에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아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생각한다면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어렵지 않은 결론이 내린다.


애초에 스트레스받지 않는 낙천성이 아니라, 스트레스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낙관성을 염두에 두자.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 건 다 네 탓이라고 하는 게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아 주고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라고 감정을 변화시키는 상황을 내가 만든다면 나는 무엇을 할 때 제일 행복했는지에 생각이 머무른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되고 그 어떠한 원망도 들지 않던 내가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을 때가 내가 제일 행복했다는 것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한다. 다만 흔들리되 쉽게 꺾이지는 않도록 내 마음을 단단히 결속시켜 보자.


물을 긷는 데 왜 이리 오래 걸리냐는 조애너 아주머니의 화내는 말에 앤은 벚꽃이 너무 예뻐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는 대답으로 손을 활짝 펴 올리며 웃는다.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강 장미 말고 빨강머리 소녀 [안녕 앤]을 정주행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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