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추억 하나만 있다면 오늘을 또 살아가려 해
오랜만에 만나는 그녀가 반가워 쿠키를 구웠다.
고등학교 동창인 그녀는 내가 살고 있는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한 번 정도 보는 걸로 그쳤다. 그녀는 자주 보지 않아도 언제나 그곳에 있을 터였고 서로의 존재만으로 편안함이 있어서일까. 한 번 만나도 서로 어색함 없이 수다를 떨게 된다.
고1인 딸아이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인지 툭하면 현기증으로 쓰러지는 통에 그녀 자신도 아이가 아플까 전전긍긍해가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고 요즘 근황을 전했다. 불안감이 엄습해 오니 가슴 통증이 있다고 호소하며 만성 불안증으로 약 먹고 있는 내가 생각이 났다며 넌 어떻게 견디고 있냐고 묻는다.
나? 결국엔 나 스스로가 마음먹기 달렸다고 위로도 되지 않을 법한 단조로운 답변을 하고 말았다.
그러곤 덧붙인다.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을 만들지 말고 뭐든 움직여 봐.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데드라인을 정한다면 불안함이 가뭇없이 사라질 테니까."라고 전했다.
집에 도착한 친구는 딸아이가 쿠키를 맛있어한다며 고맙다는 문자와 함께 한창 열심이었던 다이어트도 중단하고 세 식구가 그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알려왔다.
만나서는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서로 주고받다가 어느새 추억 속 이야기가 회자되면 그녀는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지만 그렇다고 뭐 딱히 서운함이 깃들진 않는다. 생각의 차이일 뿐이고 박완서 작가님의 말씀처럼 추억은 각자의 상상력일 따름이라는 것에 그녀와 나의 관계는 여전히 여고생의 모습으로 마주하며 아롱진 기쁨을 함께 하고 있으니까 행복이란 정의를 내 방식으로 만들어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