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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거 참 잘하는 데 마음 비우기는 쉽지 않아

평범함이 감사한 하루




작년 8월부터 시작되었던 힘듦이 조금 나아진 지금이 되어서야

내가 코로나 블루였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

그때 오던 연락을 다 거절했다.

내가 괜스레 울컥해지는 기분 때문에 일일이 이렇다 할

말조차 할 기력이 없으니 좀 괜찮아지면 연락하겠노라 했고

그 이후에 오는 문자는 난 아직 온전치 않다는 이유로

답을 안 했다.

다들 내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도 넌 많은 걸

누리고 살면서 뭐가 힘드냐는 게 일괄적으로

들려오던 대답들이었다. 감정이 팍팍한 내 삶에 그래도

괜찮으니 살아 보라고 위로의 말도 없었고

돌아오는 건 넌 그래도 나보다 낫다는 식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들을 하는지

정신적인 고통쯤이야 감내하고 살라는 것처럼 들렸다.

결코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선 당신들은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장담일랑은 섣불리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속에서만 아우성친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냐고?

두어 번 씹히는 문자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오인으로 인한 기분이 나빴는지 대부분은 연락이 끊어진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주옥같은 친구 한 명은 꼭 있었고

병중에서 묵묵히 기다려 준 그녀 덕분에 마음을 다잡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며 이것저것 버리기 일쑤인데

마음 비우기는 왜 그리 어려운지. 아니 비웠다가도

무슨 미련이 있다고 다시 주워 담고 온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지.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요즘도 내상이 붉게 드리울 때면

혼자 컴컴한 방구석을 찾아 기어들어가곤 하지만

예전처럼 방전되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진 않는다.

그래서 나는 또 책을 읽고 어설프게나마 글을 쓴다.

혼자라는 걸 좋아하지만 음지에서 고립되어 채

마르지 못한 작은 물웅덩이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이제 난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일상의 굴곡이 잦아들고 평범함이 하루를 채울 때,

그 하루하루가 유한하다는 것을 알 때,

작은 것도 아름답고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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